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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소가연은 고건우가 자신 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고 얼굴에 미소를 띠며 부드럽게 불렀다. “건우 씨...” 하지만 이어진 고건우의 말은 소가연의 웃음을 단숨에 얼어붙게 했다. “소가연, 네가 원하는 건 뭐든 내가 줄 수 있어. 하지만 지금 내 위치에서, 너를 당당하게 내 곁에 두는 건 적절치 않아. 그러니 우리는 겉으로만 부부인 척 지내면 돼. 내가 하려는 일에 제발 방해만은 하지 마.” 고건우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넌 어디까지나 소씨 가문의 양녀일 뿐이잖아. 진씨 가문과도 사실상 아무런 관계조차 없어. 스스로 네 신분을 똑바로 알길 바라.” 말끝마다 소가연에게 얌전히 굴라는 압박이 담겨 있었다. 소가연은 본능적으로 배를 감싸 쥐었다. 고건우를 붙잡으려면 참아야 했다. 그러나 이렇게 쉽게 물러나기엔 너무도 억울했다. 소가연은 입술을 꾹 다물고 미간을 찌푸리다가 이내 가녀린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가 한 말, 무슨 말인지 다 알아. 건우 오빠, 난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그냥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그걸로 돼.” 말을 마친 그녀는 배를 움켜쥐며 작은 신음을 냈다. “아야, 건우 오빠, 배가 아파. 날 병원에 좀 데려다줄 수 있어?” 아이를 핑계로 삼으면 고건우도 최소한 병원에는 데려다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고건우의 얼굴에는 짜증만 가득했다. “소씨 가문엔 사람도 많잖아. 난 지금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여기서 병원까지 고작 3킬로미터야. 택시 불러줄 테니 혼자 가.” 차갑게 말을 던진 고건우는 곧바로 몸을 돌려 카페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카페 문 앞에 홀로 남겨진 소가연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진한나를 노려보았다. 유리창 너머의 진한나는 그녀의 시선을 곧장 받아냈다. 그리고 붉은 입술을 비웃듯이 올려 가볍게 웃어 보였다. ‘정말이지, 제법 볼만한 구경거리네. 하지만 이건 아직 시작일 뿐이야.’ 진한나는 천연덕스럽게 미소 지으며 테이블 위의 케이크를 가리켰다. “이 케이크 기억나요? 건우 씨가 제일 좋아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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