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고작 커피 한 잔 마시는데, 원치 않는 사람을 만나게 되니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네요.”
고건우는 다시 한번 기회를 주겠다는 말에 크게 기뻤다.
‘역시 진한나는 아직도 나를 사랑하고 있어.’
다만 소가연 문제는 당장은 쉽게 정리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고건우는 얼버무리듯 말했다.
“걱정하지 마. 곁에 있는 쓸모없는 인간들은 내가 확실히 정리할게. 네가 지금은 진씨 가문의 그늘이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자리 잡으려는 걸 알아. 난 당연히 널 응원하지. 너 인터넷 쪽에 관심이 있지 않았어? 마침 내 손에 프로젝트가 하나 있는데, 원래는 다른 회사와 협력하려 했어. 하지만 네가 필요하다면 난 네 일을 응원해야지. 여기서 자세한 얘기 하기는 어렵고 주말에 내 개인 별장에서 얘기하자. 보안도 좋고 남 눈치 볼 일도 없으니까.”
진한나는 일부러 기쁜 듯 연기하며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주말에 시간 돼요.”
그리고 시계를 한번 힐끗 보고는 말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오늘 저녁에 오빠랑 약속이 있어서요. 저는 먼저 갈게요. 우리 주말에 봐요.”
진한나는 자리에서 일어서 그의 앞을 스쳐 지나가며 향기를 남기고 떠났다.
집에 돌아온 뒤, 진한나는 곧장 욕실로 들어갔다.
몸의 피부가 붉어질 정도로 거칠게 문질러 씻고서야 비로소 멈출 수 있었다.
오늘 고건우와 너무 가까이 접촉한 탓에 몸에 밴 그 역겨운 냄새를 반드시 씻어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 밤은 도저히 잠들 수 없었다.
상쾌하게 씻고 나자마자 진한나는 참지 못하고 임소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후 내내 꾹꾹 눌러왔던 감정이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진한나의 이야기를 다 들은 임소희는 듣자마자 혀를 찼다.
“고건우 그 쓰레기는 진짜 자기 잘난 맛에 사네? 한쪽으로는 소가연 붙잡고 또 한쪽으로는 널 얻으려고?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오는 거야?”
진한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스스로를 비웃듯 말했다.
“아마도 예전 내가 너무 떠받들어 준 탓이겠지.”
“그럼 이번 주말 별장 약속은 어떻게 할 거야? 미리 준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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