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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진한나 씨는 너무 말랐어요. 더 먹어야 해요.” 하연우가 걱정스러운 듯 한마디 건넸다. 진한나는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그를 훑어보았다. “하연우 씨, 이 층엔 우리 두 집 외엔 다른 사람도 없는데 하고 싶은 말 있으면 그냥 솔직하게 하세요.” 말인즉, 더 이상 돌려 말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하연우의 표정이 굳어지고 마음 한구석이 답답해졌다. ‘이 여자는 정말 아무 감정도 없는 건가?’ “그래서 저를 그렇게 경계하는 건, 혹시 제가 당신한테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 무서운 거예요? 안심해요. 저는 떳떳한 사람입니다. 설령 뭘 한다 해도 정정당당하게 할 거니까요.” 순간 공기가 고요해졌다. 하연우가 떠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진한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아직 다른 일이 남았습니까?” “있죠.” 하연우는 거의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막상 말이 입 밖으로 나오자 머릿속이 텅 비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진한나의 시선이 닿자 하연우는 입술을 다물었다가 겨우 말을 꺼냈다. “우리 협력 건에 작은 문제가 생겼습니다. 연락을 담당하던 전성우 씨가 다른 프로젝트 현장 조사를 위해 자리를 비운 상태입니다. 향후 협업은 다른 담당자를 배정해 연결하겠습니다. 언제 시간 되면 천기 테크놀로지 본사에 한 번 와주시죠.” “저 요즘은 시간이 없어요. 급하지 않으면 다음 주에 가죠.” 진한나는 잠시 생각하더니 그렇게 답했다. 예상 밖의 대답이었다. 하연우는 최근 진한나가 고건우와 자주 만나는 걸 알고 있었다. ‘혹시 고건우와 관련된 건가?’ 하연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주말에도 시간이 안 됩니까?” “네.” 진한나는 말을 덧붙였다. “하연우 씨, 저 요즘 정말 바빠요. 아마 한동안 시간 내기 힘들 겁니다.” “고건우 때문입니까?” 하연우는 끝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진한나는 그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살짝 기울여 의미심장하게 미소 지었다. “역시 똑똑하시네요. 이번 주말에 그 사람과 협력 건으로 약속이 있어서 고건우의 별장에 가야 합니다. 그래서 천기 쪽은 잠시 신경 쓸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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