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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나는 그제야 눈앞의 남자를 제대로 보게 되었다. 남자는 연예인 뺨치게 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매우 차가웠다. 만약 아는 얼굴이었다면 절대 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혹시나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얼굴일까 싶어 기억을 되짚어 봤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저희가 아는 사이일까요?” 남자는 내가 오해할까 봐 먼저 설명했다. “이틀 전, 여지안 씨께서 계단에서 굴러떨어졌을 때 저희가 여지안 씨를 응급실로 옮겼습니다.” 남자가 그 얘기를 꺼내기 전까지, 나는 그날 배현민이 줄곧 내 뒤를 따라오고 있다가 내가 굴러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나를 응급실로 보낸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시선을 내려뜨렸다. 나를 구한 건 배현민이 아니었다. 나는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건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었고, 당연히 말로만 고맙다고 할 일도 아니었다. “이 은혜를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남자의 눈동자에 웃음기가 어렸다. “사실 저희가 마침 여지안 씨 도움이 필요하거든요.” 아이를 낳은 뒤로 아이와 남편을 잘 돌보기 위해 나는 전업주부가 되었다. 물론 그때는 오늘 같은 날이 올 줄 몰랐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기에 나는 이미 사회와 동떨어졌고 다른 사람을 도와줄 능력도 없는 사람이었다. 나는 조금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제가요?” “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인 뒤 이어서 말했다. “자기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저는 곽민재라고 합니다.” 남자는 쭈그려 앉은 뒤 날 향해 조용히 자신의 옆에 서 있던 인형처럼 예쁘게 생긴 여자아이를 소개해 주었다. “그리고 이 아이는 곽이서라고 해요.” 나 또한 쭈그려 앉아서 여자아이를 바라보며 아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안녕, 나는 여지안이라고 해.” 곽이서는 고개를 돌리더니 도움을 바라는 듯한 얼굴로 곽민재를 바라보았다. 곽민재는 눈빛으로 곽이서를 격려했고, 곽이서는 그제야 내 손을 잡으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아이의 손은 마치 깐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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