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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엄마한테 하는 것처럼 하면 돼. 할 수 있겠어?” 곽이서가 잠시 망설이자 나는 미끼를 던졌다. “이서가 약속해 주면 오늘 밤은 엄마 방에서 같이 잘 수 있어.” 곽이서는 나를 한번 보고 다시 크고 넓은 침실을 바라보더니 결국 용기를 냈다. “좋아요.” 양치를 마친 곽이서는 컵과 칫솔을 내 욕실에 두고 당당히 고개를 들며 침실 문 앞에 서 있던 곽민재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아빠.” 곽민재는 순간 멍해졌다. 그는 곧 믿을 수 없다는 듯 아이 앞에 무릎을 굽혔다. “지금 나한테 말한 거 맞아?” 곽이서는 곽민재 뒤에 서 있는 나를 보더니 어렵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맞아요.” 곽민재는 곧장 곽이서를 안아 올렸다. 예전에 이서가 자폐 판정을 받았을 때 곽민재는 이서를 데리고 의사도 찾아가고 여러 치료도 받게 했지만 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결국 그는 이서가 무사히 살아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러다 곽이서가 여지안을 만나고 나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고 말했다. 곽민재는 이서가 말할 수만 있다면 그 상대가 자신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늘 곽이서가 먼저 그를 부르니 곽민재는 꿈만 같은 기분이었다. “정말 행복하네.” 곽이서는 들뜬 곽민재의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엄마가 그러는데 아빠랑 얘기하면 오늘 밤에 같이 자준대요.” 곽민재는 동작을 멈추고 문가에 서 있는 나를 바라봤다. 나는 조용히 미소로 답했다. 그는 잠시 시선을 거두며 중얼거렸다. “좋은 사람이야.” 이서는 어깨를 으쓱하며 뽐냈다. “당연하죠. 이서가 직접 고른 엄마잖아요.” 곽민재가 아이를 내려놓자 곽이서는 자기 방으로 달려가 잠옷을 챙기더니 곽민재가 안아줄 틈도 주지 않고 내 앞으로 달려왔다. 뒤따르는 곽민재의 눈빛에는 사랑이 흘러넘쳤다. 나는 웃으며 물었다. “이제 아빠한테 뭐라고 해야 할까?” 곽이서는 잠깐 고민하더니 말했다. “저 이제 잘 거예요. 아빠도 안녕히 주무세요.” 그러곤 내 손을 잡아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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