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도와달라 했죠?”
김우연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정말 궁금하네요. 제가 어떻게 누나를 도와줄 수 있을지요.”
그는 카드를 받지 않고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 김혜주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김씨 가문에서 가장 총명한 혜주 누나가 이번엔 또 어떤 수를 쓸까?’
김혜주는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그를 마주했다.
“네가 가져야 할 걸 포기한다면 그건 곧 우리에게 큰 위협이 될 거야. 내가 도와줄게. 네가 할 건 아무것도 없어. 가만히 있기만 해. 내가 알아서 해결해 줄게. 어... 어때?”
그녀의 마지막 한마디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그것은 이미 그녀가 내릴 수 있는 마지막 제안이었다.
그러나 김우연의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는 팔짱을 낀 채 미소만 지었다.
“아까도 말했잖아요. 김씨 가문의 모든 게 저한텐 더럽다고요. 그딴 건 줘도 갖고 싶지도 않아요. 억지로 떠넘기려 하면 더 역겨워질 뿐이죠.”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입꼬리를 천천히 올리며 말했다.
“하지만... 그 자리를 빼앗는 게 김명헌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일이라면 그건 좀 재미있겠네요.”
그의 얼굴에는 오래 기다린 복수를 눈앞에서 즐기는 사람처럼 잔잔한 쾌감이 스쳤다.
‘김씨 가문 사람들이 초조해하는 꼴을 이렇게 미리 보게 될 줄이야.’
“제발 그렇게 유치하게 굴지 마! 그게 너한테 무슨 도움이 되는데?”
김혜주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갈라졌다.
“충분히 도움이 되죠. 저는 김씨 가문이 서로 물어뜯는 꼴을 구경하고 싶거든요.”
그 말에 김혜주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는 분노를 억누르듯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너를 잘못 봤네. 그렇게 놔두면 명헌이가 진짜 후계자가 됐을 때 널 가만두리라 생각해?”
“오라고 하세요. 전 충분히 기다릴 수 있으니까요.”
그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 눈빛엔 이미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사람의 여유가 깃들어 있었다.
이 싸움의 결말이 어떻게 흘러갈지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굳이 막을 이유도, 복수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 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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