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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다시는 안 돌아온다고?” 김병훈의 동공이 움찔 좁혀졌다. 그는 놀란 얼굴로 김우연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잠깐 머리가 멈칫해 반응이 안 오더니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어디로 가려고?” “김씨 가문을 떠날 거예요. 이제 제가 어디로 가든 당신들과는 상관없어요.” 김우연이 담담히 말했다. 순간 수많은 시선이 일제히 꽂혔다. 김씨 가문 사람들 모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마치 잘못 듣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기나 하니?” 김병훈이 차갑게 쏘아붙였다. 그의 몸이 저도 모르게 미세하게 떨렸다. 분노가 삽시간에 치밀어 올라 두 눈이 점점 붉게 물들었다. 다이닝룸에 정적이 내려앉아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듯했다. “우연아, 욱해서 그러지 마! 네가 잘못했으면 사과하고 고치면 돼. 어떻게 이런 말로 가족한테 상처를 줄 수가 있어? 아빠도 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 어떻게 그 마음을 차갑게 만들 수가 있니? 어서 아빠에게 사과해. 다들 한 가족이잖아. 아빠도 너를 용서해 줄 거야!” 조서아는 고개를 높이 들고 도덕의 우위를 점한 듯 훈계했다. 입만 열면 가족을 들먹였지만, 그 말들은 뾰족한 바늘이 되어 김우연의 가슴을 찔렀다. “가족? 참 비웃음만 나오네요. 당신들이 언제 저를 가족으로 여긴 적이 있었나요?” 김우연은 비웃었다. 눈빛에는 조롱이 가득했다. 지난 시간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 자신보다 아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여기는 그저 몸만 누일 집 한 채일 뿐, 집의 온기 같은 건 털끝만큼도 없었다. 애초에 이곳은 그의 집이 아니었다. “넌 정말 은혜도 모르는구나. 우리가 너를 가족으로 안 봤다면 어떻게 너를 데려왔겠어? 네가 필요한 것들 하나라도 우리가 안 준 게 있니? 이제 와서 우리가 너를 가족으로 안 본다고? 그런 말을 어떻게 입에 올려?” 둘째 누나 김슬기가 즉각 성을 내며 차갑게 몰아붙였다. 눈빛 속 혐오가 진득하게 번졌다. “우리한테 네 변태 짓을 들킨 게 창피해서 나가겠다는 거라면, 그럴 필요 없어. 출신이 좋지 않으면 나쁜 버릇 하나쯤 있는 것도 이상하진 않지. 네가 고치기만 하면, 우리 김씨 가문은 여전히 받아들일 수 있어.” 큰누나 김지유의 말투는 가볍고 건조했다. 마치 대충 타이르는 듯... 아니, 마치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이 아랫사람을 평하듯 했다. 그녀는 김씨 가문 대리 대표를 맡은 뒤로 한 걸음씩 성장해 점점 더 성숙해졌다. 사고방식이든 성격이든 호평을 받았다. 사람들은 말했다. 김씨 가문의 큰딸은 마치 날개를 펼친 봉황 같다고. 이 순간, 김씨 가문 사람들은 하나같이 무심했다. 그저 빨리 김우연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게 그들의 기준에서는 큰 양보였다. 어쨌든, 그들의 머릿속에서 김우연이 떠나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 김씨 가문은 집안이 크고 세력이 막강하며 재산도 막대했다. 이런 집안을 두고 김우연이 떠날 이유가 뭐란 말인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 터지게 안으로 들어오려 하는데, 하다못해 도우미라도 좋다며 들썩일 텐데 말이다. “아마 오해하신 것 같네요.” 김우연은 쓴웃음을 한번 지으며 담담히 말했다. “저는 알려 드리는 거예요. 상의하는 게 아니고요.” ‘뭐라고?’ 사람들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놀라움은 곧 분노로 대체되었다. ‘상의가 아니라고? 그깟 김우연이 뭐라고, 이런 말투로 우리한테 말을 해?’ 오직 김명헌만이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의 마음은 오히려 들떠 올라갔다. “형, 화내지 마. 다 내 탓이야. 형이 둘째 누나 씻는 거 훔쳐보는 것도, 둘째 누나 속옷 훔치는 것도 내가 모르는 척해야 했어. 다 내가 잘못한 거야! 애초에 내가 여기 나타나지 말아야 했나 봐. 나 갈게. 더는 잘못된 길을 가지 않을래.” 말을 마치고 김명헌이 벌떡 일어나 떠나려 했다. 그런데 다음 순간, 김씨 가문 사람들 전부가 쓱 일어나 버렸다. 그가 떠난다는 말에 모두가 예민하게 반응했다. “아들, 넌 못 가. 네가 가면 나는 어쩌라고? 엄마가 너를 얼마나 힘들게 키웠는데. 넌 엄마 몸에서 떼어 낸 살덩어리, 엄마가 살아가는 희망이야! 가지 마. 엄마가 이렇게 부탁할게!” 조서아의 얼굴에는 슬픔이 드리웠고,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그녀는 김명헌을 꽉 끌어안았다. 혹여 그가 정말 떠날까 봐 말이다. 그 모습을 본 김우연은 견딜 수 없는 혐오에 고개를 비스듬히 돌렸다. 이게 바로 차별 아닌가. 친아들과 양자의 대우가 이 정도로 극단적으로 다를 수가 있나. “김우연, 너 이번에는 너무 했어. 명헌이는 아무 잘못도 없어. 그런데 네가 이러는 거, 그게 사람이 할 짓이니? 피가 안 섞였어도 명헌이는 줄곧 우리 집의 일부였어. 그런데 네 비열한 짓 때문에 명헌이를 내쫓겠다고? 네 잔인함을 오늘 제대로 봤네!” 김슬기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가슴이 심하게 오르내렸다. 그녀는 이를 갈며 김우연을 가리키고 말을 퍼부었다. 그러나 그걸로도 가슴속 분함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래. 네가 과했어. 이렇게까지 모질 필요는 없었지. 설마 처음부터 명헌이를 몰아내려는 속셈이었던 거야? 명헌이가 너한테 얼마나 잘했는지, 그 고마움은 눈곱만큼도 생각 안 하니?” 김지유도 분을 삭이지 못하고 일어나서 꾸짖었다. “봐라, 다들 봐라! 이놈이 어떤 놈인지!” 김병훈은 노발대발해 다이닝룸을 오가며 분을 쏟아 냈다. 마지막에는 김우연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다시 고함쳤다. “다 너 때문이야. 온 집안이 아수라장이 됐잖아! 넌 단 한 번도 우리 김씨 가문을 생각한 적이 없어. 우리를 뭐로 보냐? 당장 모두에게 사과해. 이게 내가 주는 마지막 기회다! 당장 모두 납득할 만한 답을 내놔!” 한동안 다이닝룸에는 사람들의 분노만 가득했다. 공기가 죄어 오르는 듯 압박감이 점점 짙어졌다. 숨조차 막힐 정도였다. 김우연의 표정은 무덤덤했지만 속은 참을 수 없이 쓰렸다. 변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김씨 가문은 여전히 그 김씨 가문이었다. 소위 가족이란 것도 결국 김명헌의 가족일 뿐이었다. 김우연의 차가운 눈동자가 천천히 김명헌에게로 떨어졌다. ‘저 녀석이 모든 걸 망쳤어.’ 이때 김명헌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물론 겁이 나서가 아니었다. 김우연이 자신을 보는걸, 혹시 사과하려는 건가 하고 본능적으로 착각했다. 만약 그게 맞다면, 오늘 일은 쉽게 넘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이를 악물었다. 이렇게는 못 넘긴다. ‘내 가족을 왜 남과 나눠야 하지? 내 재산을 왜 바깥사람과 나눠야 하지?’ 푹. 김명헌은 그대로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붙였다. “다 제 잘못이에요. 형을 더는 원망하지 마요. 제가 있어서 형이 이렇게 불만이 큰 거라면, 제가 떠날게요. 제가 자진해서 떠날게요. 형을 위해서라면 지금 당장 갈 수 있어요.” 눈물과 콧물이 뒤섞인 김명헌의 말이 모두의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 두 눈은 벌겋게 부어 있었고, 젖은 눈물이 속눈썹을 적셨다. 그는 낮게 흐느끼며 미련 가득한 얼굴로 김씨 가문 사람들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마치 마지막 결단을 내린 사람처럼 몸을 돌려 곧장 떠나려 했다. 그제야 현장은 완전히 들끓으며 난리가 났다. 모두가 다급히 달려가 김명헌을 붙들었다. 여기저기서 팔을 잡아끌고 밀쳐대며, 그가 떠날까 봐 안간힘을 썼다. “이 자식아, 아직도 멍하니 서 있냐! 무릎 꿇고 사과해. 머리 박고 잘못 빌어! 네 잘못을 왜 명헌이가 책임지게 만들어!” 김병훈이 목청껏 포효했다. 분노는 걷잡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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