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4화

퍼부어지는 질책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김우연에게 꽂혔다. 순식간에 그의 마음은 만신창이가 됐다. 하지만 이런 건 김우연은 이미 익숙했다. 모욕에도, 오해에도, 냉담함에도 익숙해졌다. 김명헌의 연기에도 익숙했다. 하지만 전생에는 이런 계산 앞에서 몇 번이나 무너졌던가. 모두의 질책 앞에서 김우연은 그저 냉담하게 웃었다. “이 김씨 가문에 저랑 김명헌, 둘 중 한 명만 남을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양자를 김씨 가문에서 내보내요.” 김우연은 거꾸로 나와 김명헌을 가리키며 비웃음을 지었다. ‘네가 먼저 나가겠다며? 그럼 가.’ “형, 뭐라고?” 김명헌은 굳어 버리며 말문이 막혔다. 목에 가시가 걸린 듯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예전 성격대로라면 김우연이 무릎 꿇고 먼저 잘못을 빌며 제발 남게 해 달라고 했어야 맞았다. 그런데 왜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 김명헌뿐만이 아니었다. 모두가 멍해졌다. 김우연이 언제부터 이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너 혹시 김씨 가문을 네가 좌지우지한다고 착각하니?” 김병훈은 속이 끓어오르는 듯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의 눈에는 핏발이 가득 섰다. “헛소리 집어치워. 명헌이는 잘못한 게 없어. 무슨 자격으로 떠나?” 김슬기는 김명헌의 팔짱을 끼고 원망 어린 눈빛으로 김우연을 노려봤다. 그의 팔이 자기의 넓은 가슴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그 느낌을 즐기는 듯했다. “우리는 진심으로 너를 대했고, 너를 남게 하고 싶어. 그런데 넌 은혜를 원수로 갚았지. 딱 ‘농부와 뱀’ 이야기야. 명헌이가 단순한 애라고 해서 네가 함부로 괴롭힐 수 있는 건 아니야. 난 명헌이를 절대 보내지 않아!” 김지유는 오만한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 그녀는 김명헌의 손을 꽉 잡고 놓지 않았다. 가늘고 긴 열 손가락이 거의 그의 손을 감쌌다. 이토록 부드럽고 포근한 감촉은 아마 김명헌만이 누렸을 것이다. “내가 있는데, 명헌이 넌 못 가! 누가 너를 밀어내면 목숨 걸고 지킬 거야! 기억해. 네 성은 김씨고, 영원히 김씨 가문의 사람이야!” 조서아는 힘 있는 말투로 장담했다. 순식간에 모두의 태도가 분명해졌다. 김명헌은 눈물범벅으로 감격해 소리 없이 훌쩍였다. 하지만 시선은 일부러 김우연 쪽으로 향했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너한테 나를 내보낼 능력이 있니?’ “하하.” 김우연은 이런 자신을 비웃는 듯 웃으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전혀 놀랍지 않았다. 이런 전개는 처음부터 보였으니까. 다만 떠나기 전에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혹시, 정말 혹시나 하는 일이 있을까 싶어서... 하지만 현실에서 김씨 가문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차갑고 무정한 그 집안이었다. 그가 영영 스며들 수 없는 집안 말이다. “이게 당신들의 선택이죠? 김명헌이 안 나간다면, 제가 나가야겠네요? 좋아요. 지금 당장 떠날게요. 서로 더는 빚지지 맙시다.” 김우연은 담담히 말하고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 “이게 어디서 감히!” 김병훈이 성을 내질렀다. “왜요, 저를 못 가게 하고 김명헌을 내보내겠다는 건가요?” 김우연이 대수롭지 않게 김명헌을 가리키며 말했다. “개소리하지 마! 내가 언제 그랬어?” 김병훈이 호통쳤다. “말했잖아요. 이 집에는 저희 둘 중 한 명만 남을 수 있어요. 저 지금 당장 떠날게요. 이후로는 당신들과 일절 아무런 관계도 없을 겁니다. 어차피 우리 사이에 정이라고는 별로 없으니, 제가 떠난다고 당신들이 슬플 일도 없겠죠.” 김우연은 몸을 돌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 과정 내내 아무도 막지 않았다. 김씨 가문 사람들은 서로 얼굴만 마주 봤다. 그들은 김우연이 진짜 떠날 리 없다고 여겼다. 이런 식의 객기는 젊고 경솔한 나이에는 흔한 일이니까. “아버지, 어머니, 우연이 형 진짜 나가는 건 아니겠죠? 저 점점 죄책감이 들어요!” 김명헌이 입을 삐죽이며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무슨 죄책감이야? 가고 싶으면 가게 둬. 이틀만 굶으면 분명히 돌아와!” 김병훈이 장담했다. 사람들은 잇따라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그럴 법했다. 김씨 가문을 떠난 김우연에게 무슨 경제적 수단이 있겠는가? 어떻게 잘 살겠나? “형이 방에 들어간 건 뭐 하러 간 걸까요? 혹시 짐 싸서 모아 둔 돈을 갖고 나가려는 거 아니에요?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누나들... 우연 형이 돈을 많이 가져가면 밖에 더 오래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다 밖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저는 더 죄책감이 들 거예요. 이건 다 제 탓이라...” 김명헌은 조급한 얼굴로 가슴 아파하는 표정을 지어 모두를 바라봤다. 하지만 말끝마다 김우연이 돈을 쥐고 있을지 모른다는 뉘앙스를 의도적으로 흘렸다. 분명했다. 김명헌은 바깥사람이 김씨 가문의 돈을 들고 나가는 걸 용납할 생각이 없었다. “맞아, 여기 그렇게 오래 있었는데 슬쩍한 게 없다고 누가 장담해? 집안 돈을 챙겼을 수도 있잖아. 2억쯤 들고 나갔다면 몇 년은 거뜬히 쓰겠지! 이 녀석 다 계산해 둔 거야. 애초부터 떠날 생각이었지!” 김슬기가 이를 갈며 내뱉었다. “요즘 집안에서 물건이 정말 없어지기는 했어. 설마 전부 김우연이 숨겨 둔 건가?” 김지유가 눈을 가늘게 뜨고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이 자식, 못된 습관을 참 많이도 끌고 들어왔네. 내 보석이 몇 개나 사라졌는데 아마 그 녀석 손에 있겠지! 이미 2억은 넘겼을 거야. 그 정도면 반평생은 굶을 일 없겠어!” 조서아는 말을 연거푸 쏟아내며 다소 초조해 보였다. 김우연이 돌아오지 않을까 봐서가 아니라 보석이 도둑맞았을까 봐서였다. “아, 이걸 어쩌죠. 형이 정말 가버리면 한동안 못 보게 되잖아요!” 김명헌은 눈물을 훔치며 애처롭게 말했다. 하지만 눈 밑으로는 기쁨이 터져 나올 지경이었다. 모든 게 물 흐르듯 착착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모두가 그의 계산 속으로 들어와 버렸다. ‘이제 어디 한 번 네가 어떻게 떠나나 보자! 이 김씨 가문은 말처럼 쉽게 나갈 수 있는 곳이 아니야. 나가려면 대가를 치러야지.’ 끼익. 김우연은 짐을 다 싸서 방에서 나왔다. 문 앞의 사람들을 보고는 잠시 멈칫했다. 뭐지? ‘설마 진짜로 나를 붙들 생각인가?’ 그건 조금 의외였다. “캐리어랑 가방 열어. 확인하겠다!” 김병훈이 차갑게 말했다. “검사하는 건가요?” 김우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언짢은 기색을 보였다. “나가려면 빈손으로 나가. 우리 김씨 가문 물건을 들고 나가는 건 무슨 경우지?” 김지유가 우쭐한 태도로 말했다. “하. 그거였군요.” 김우연은 씁쓸하게 웃고는 캐리어를 열었다. 낡은 캐리어 안에는 갈아입을 윗옷 두 벌과 색이 바랜 청바지 하나뿐이었다. 배낭에는 수업 교재 몇 권이 전부였다. 이건 그가 김씨 가문으로 올 때 이미 들고 온 것들이다. 그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겨우 이런 고물뿐이야? 훔친 건 어디 있어? 보석은?” 김병훈이 싸늘하게 몰아붙였다. “그래, 어디 숨겼어? 혹시 몸에 숨긴 거 아니야?” 김슬기는 이리저리 뒤졌지만 끝내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캐리어와 배낭은 어이가 없을 만큼 단출했다. “이건 전부 제가 김씨 가문에 올 때 가져온 겁니다. 그 외의 것들은 전부 방에 있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아요! 말씀하신 보석은 본 적도, 손댄 적도 없습니다. 굳이 저를 모함하겠다면 지금 바로 신고해요. 저는 제 결백에 대한 판단을 기다리겠습니다.” 김우연은 휴대폰을 꺼내 무표정하게 전화를 걸었다.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