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화

“떨어져 달라고?” 그 모욕적인 말에 두 사람은 숨이 턱 막혔다. 이런 수치심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전 갈게요.” 김우연은 그들의 반응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대로 계단을 올라갔다. 김혜주와 김지유는 분노에 이를 악물었다. 턱이 덜덜 떨릴 만큼 억눌린 감정이 온몸을 타고 번졌다. 잠시 후에야, 두 사람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가라앉지 않던 분노를 억눌렀다. “근데 방금... 무슨 냄새 맡지 않았어?” “응, 나도 맡았어. 그 파스 냄새 꽤 강하더라.” 김혜주가 기억을 더듬듯 대답했다. “그렇다면 역시... 우연이 관절 통증이 재발한 거야.” 김지유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됐어. 아프든 말든 상관없어. 그런 태도를 보였는데 우리가 뭐 하러 또 마음을 써?” 김혜주는 여전히 화가 식지 않았다. “그래... 그냥 돌아가자.” 김지유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결국 등을 돌려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들은 그저 김우연을 걱정해 찾아왔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의 차가운 태도는 그들의 마지막 남은 호의마저 산산이 부숴버렸다. ... 곧 두 사람은 김씨 가문 저택으로 돌아왔다. 집 안은 평화롭고 환했다. 넓은 거실에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왔고 도우미들은 분주히 움직이며 저녁상을 준비했다. 소파 한가운데에는 김병훈과 조서아가 나란히 앉아 있고 그 옆에서 김명헌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김슬기 역시 그의 맞은편에서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은 보기만 해도 완벽한 가족의 한 장면 같았다. “어디 갔다 오는 길이야?” 조서아가 두 사람을 향해 물었다. “우연이를 만나러 다녀왔어요.” 김지유는 주저하지 않고 솔직히 대답했다. 순간, 거실의 공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밝았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특히 김명헌의 눈빛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녀들이 김우연을 만나고 왔다는 사실이 그의 마음을 찌르는 듯 신경 쓰였다. “그 녀석을 만나서 뭐 하려고?” 김병훈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목소리도 차갑게 가라앉았다. “아주머니한테 들었어요.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