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5화
그 뒤로 이루나는 직접 고지훈의 상처를 소독하고 붕대를 감아주며 꼬박 두 시간을 곁에서 지켰다.
결국 그의 운전기사가 와서 고지훈을 별장으로 데려가 쉬게 했고 이루나는 간단히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했을 땐 이미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저녁이었기에 이루나는 침대에 쓰러지듯 몸을 던졌다.
밥을 먹을 힘도, 씻을 의지도, 휴대폰을 확인할 의욕도 전혀 없었다.
다시 한번 짙은 공허와 절망이 온몸을 덮쳐왔다.
한때는 목숨 걸고 지키려 했던 남자, 온 힘을 다해 뺏으려 했던 그 사랑.
하지만 결과는 뻔했다.
서이건은 무너지지 않았고 오히려 다른 여자의 곁에서 가정을 꾸리려 하고 있었다.
심지어 아이까지 생겼으니 이젠 이루나의 완패했다.
쓰디쓴 실패, 참혹한 패배였다.
이루나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리며 몸을 웅크렸다.
기억 속 장면들이 파도처럼 밀려와 심장을 도려냈다.
눈을 감아도, 숨을 죽여도, 가슴이 쑤시듯 아팠다.
그렇게 뒤척이던 이루나는 결국 한숨도 자지 못한 채 밤을 꼬박 새웠다.
...
다음 날,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오후 2시였다.
긴 꿈을 연달아 꾸다 깬 탓인지 머리는 무겁고 몸은 짓이겨진 듯 축 늘어졌다.
커튼 틈 사이로 스며든 노을빛이 방안을 물들이고 있었지만 그 따뜻함조차 공허했다.
휴대폰에는 일과 관련된 메시지만 가득했고 사적인 연락은 단 한 통도 없었다.
이루나는 한참을 멍하니 누워 있다가 겨우 몸을 일으켜 씻고 머리를 말리며 스스로를 추슬렀다.
조금은 정신이 돌아오는 듯했지만 거실로 나가 강아지를 본 순간 또다시 불안이 엄습했다.
강아지가 소파에 웅크린 채 기운 없이 누워 있었다.
어제 남겨둔 사료도 그대로였고 눈빛은 흐리멍덩했으며 끊임없이 낮은 신음을 냈다.
“안 돼.”
이루나는 황급히 강아지를 안아 올려 동물병원으로 달려갔다.
기계를 총동원해 검사를 하자 예상대로였다.
지난번 앓았던 비정형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가 여전히 몸 안에 남아 있었던 것.
“말도 안 돼. 지난번에 받은 약이 가짜였던 거야? 아니면 약효가 일시적인 거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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