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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이루나는 난장판이 된 약혼식 현장을 뒤로 하고 쿨하게 몸을 돌렸고 이내 자신에 차에 올라 호텔을 빠져나왔다. 그동안 이루나는 조용히 준비를 했고 결정적인 순간에 유용하게 쓰려고 묵묵히 이씨 가문 사람들의 각종 자료들을 수집해 왔다. 이은서가 20살 때, 문란했던 사생활 동영상은 원래 사적으로 박희연을 위협하려고 모아둔 것이었다. 이렇게 대외적으로 내보낼 생각은 없었고 상대방에게 인간으로서의 체면은 조금 남겨주고 싶었다. 그러나 지난번 동물병원이 일을 당하고 이원호 때문에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던 일이 생기고 나서부터 그녀는 결국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고 이은서가 가장 빛나는 순간에 치명타를 날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 집에 돌아와 핸드폰을 켜니 약혼식에서의 그 영상이 인터넷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었다.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이기 때문에 충격적인 사건은 인터넷에 빠르게 퍼질 수 있었다. 하물며 서씨 가문과 이씨 가문 같은 재벌가의 약혼식이니 소문이 퍼지는 속도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게다가 이은서는 상류 사회에서 여러 가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명문대를 졸업한 수재, 부잣집 아가씨,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유명한 미술관 창립자, 환경 보호 홍보 대사, 보석 투자자 등 타이틀이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런데 이런 일이 있어났고 이은서의 이미지는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씨 가문에서는 이 사태를 수습하러 나섰고 영상이 조작된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미 경찰에 신고했다고 하면서 변호사 성명 같은 것도 제시했지만 여전히 인터넷상의 여론을 막을 수가 없었다. 이루나는 작은 승리를 거두었다고 생각하고는 드디어 푹 잘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핸드폰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다음 날 정오까지 잠을 푹 잤고 집에 있는 강아지가 짖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천천히 눈을 뜨고는 멍하니 있다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침대 옆에 남자가 서 있었다. 서이건의 차가운 얼굴을 마주친 이루나는 순간 잘못 본 줄 알았다.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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