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6장
그때까지만 해도 강유리는 스스로를 속일 수 있었다.
주경민이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을 뿐 시간이 지나면 두 사람의 관계를 받아들일 거라고, 약혼만 하면 모든 게 나아질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는 건 주경민이 자신을 내버려두고 홀로 심자영을 찾아 떠나버린 일뿐이었다.
단 한마디의 설명조차 남기지 않은 채 약혼식장을 도망치듯 떠난 그 순간부터 강유리는 더 이상 스스로를 속일 수 없었다.
주경민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정상적인 성인 남자라면 좋아하는 여자에게 그런 식으로 아무런 욕망도 느끼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강유리는 지금도 이해할 수 없었다.
주경민이 정말 자신에게 아무 감정도 없었다면 어떻게 심자영에게 그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었는지.
그녀는 심자영의 방을 빼앗았고 화실도 차지했다.
심지어 심자영 어머니가 남긴 유품까지 망가뜨렸지만 주경민은 그녀에게 어떤 비난도 하지 않았다.
그 호텔 사고 당시도 그랬다.
주경민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을 구했다.
놀란 것 외엔 다친 곳도 없던 자신을 데리고 떠나면서 중상을 입은 심자영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심자영이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해 있던 그 기간 강유리는 집요하게 주경민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시기는 강유리에게 가장 행복하고 가장 빛나던 시간이었다.
주경민은 무슨 일이든 그녀 편이었고 거의 모든 요구를 다 들어주는 수준이었다.
그때 강유리는 정말로 주경민이 자신을 사랑하게 됐고 이 결혼도 곧 현실이 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심자영이 떠난 뒤로 모든 게 달라졌다.
주경민이 사라진 이 시간 동안 강유리는 밤낮으로 그가 왜 그랬는지 생각했다.
정말 그녀에게 한 치의 감정도 없었던 걸까?
정말 심자영에게 마음이 있는 걸까?
그렇다면 왜 번번이 희망을 주면서 결혼을 약속했던 걸까?
강유리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더 이상한 건 그 모든 걸 알면서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주경민을 이렇게 놓치는 건 왠지 자신 앞에 펼쳐졌던 재부를 송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