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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집에 들어서는 순간 무거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서민기의 안색이 어두웠다. 한지영은 럭셔리한 원피스를 입고 옆에 서서 착잡한 표정으로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맞은편에 고개를 푹 숙인 서지안의 모습이 보였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누가 봐도 이미 크게 혼이 난 듯했다. 실검에 오를 정도로 일이 커졌으니 본인도 속으로는 사고 쳤다는 걸 인지했을 테니까. “못난 놈, 드디어 왔군!” 서민기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서예은을 쏘아보았다. 서예은이 무심한 얼굴로 시선을 마주치며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무슨 일 때문에 절 부르셨죠?” 무덤덤한 말투는 마치 낯선 사람을 대하는 것 같았다. 사실 그녀의 마음속에 서민기는 남보다도 못한 존재였다. 눈앞의 불륜 남녀 때문에 돌아가신 엄마를 떠올리면 분노가 치밀었다. “아빠한테 그게 무슨 태도야?” 위엄이 넘치는 목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졌다. “우리 이미 연 끊은 거 아니에요? 할 말 있으면 하시고 없으면 이만 가볼게요.” 서예은이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 “이 년이! 무슨 일인지 몰라서 묻는 거니?” 서민기가 탁자를 쾅 내리치자 거실 전체가 울릴 정도였다. “뻔뻔스러운 년,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나 해? 아주 집안 망신 다 시키네!” 서예은도 이미 예상은 했다. 이내 피식 비웃으며 서민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제가 한 짓이라니? 아버지, 지금 뭔가 착각하신 거 아니에요? CCTV에 서지안이 날 잡아당겨 물에 빠진 모습이 선명하게 찍혔는데 왜 제 탓이 된 거죠?” 그녀의 반박에 말문이 막힌 서민기는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물론 CCTV 영상에 뭐가 찍혔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신경 쓰는 건 오로지 집안 체면이다. 서예은이 일을 키웠기에 사건이 일파만파 커졌다고 생각했다. 느닷없이 실검에 오르는 건 말이 안 되었으니까. ‘이런 패륜아 같으니라고, 애초에 낳지를 말았어야 했는데.’ 안 그래도 서지안 때문에 집안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상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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