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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이런 망할 놈들!” 정미정에게 부축받으며 걸어오던 박영호가 언성을 높였다. “이게 말이 되나? 고작 권씨 가문 따위에 겁을 먹다니!” 박영호의 목소리는 냉랭해졌다. “예은이는 우리 가문의 며느리다. 박씨 가문의 사람이야. 시우가 당연히 서예은을 구하러 가야지. 시우가 가지 않으면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뭐라고 보겠니? 우리뿐 아니라 후손들까지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릴 것이다. 그 수치로 죽을 때까지 고개도 못 들겠지!” “아버지, 요즘 세상이 달라졌어요. 권씨 가문은 이제 옛날 저희가 알던 권씨 가문이 아닙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영호는 성질이 폭발한 듯 발을 꽝 하고 구르며 외쳤다. “권씨 가문이 어떤 집안이든 상관없이 박씨 가문은 결코 물러서지 않을 거야. 만약 너희가 정말 겁쟁이처럼 그딴 소리만 계속할 거면 오늘부터 나와 연을 끊자!” 박정진과 박태성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둘은 다급히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버지, 그런 뜻이 아닙니다! 저희도 박씨 가문을 위해서...” “닥쳐!” 박영호의 단호한 목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반대할 거면 더 할 말도 없다. 그만하자.” 그 말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순간, 공기마저 얼어붙은 듯 조용해졌다. 박영호는 다시 박시우를 바라보았다. “시우야, 가서 마음 놓고 해라. 할아버지와 박씨 가문은 언제나 네 편이다. 꼭 예은이를 무사히 데리고 돌아와라.” 박정진과 박태성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속으로는 불만이 끓어올랐다. 서예은이 뭐라고 박영호가 저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별 볼 일 없는 가문 출신에 문제 생기면 친정 하나 나타나 주지도 않는데 박씨 가문만 나서서 고생을 다 하는 것 같았다. ‘결국 박시우 때문에 박씨 가문이 다 망하게 생겼네.’ 박시우는 그런 시선들을 느끼면서도 박영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박영호는 미소를 짓고 말했다. “에잇, 이건 가족끼리 당연한 일이지.” 박시우는 망설임 없이 돌아섰고 정미정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두 손을 모았다. 그녀는 아무런 도움도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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