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3화
“꺼져!”
박시우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호통치자 주현진은 뭐라고 더 말하려다 박시우의 살기 어린 눈빛을 보고 동공이 움찔하며 억지로 입을 다물고 씁쓸히 자리를 떴다.
“자기야, 들어와. 밥 먹어.”
서예은이 다정하게 부르자 박시우는 고개만 살짝 돌려 말했다.
“잠깐만.”
서예은이 무슨 일인지 싶어서 이내 물었다.
“왜 그래?”
박시우가 고개를 돌리자 걱정 가득한 얼굴로 머리를 빼꼼히 내밀고 자신을 바라보는 서예은의 눈이 보였다.
박시우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가며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
박시우는 손을 들어 서예은의 볼을 살짝 꼬집으려다 순간 뭔가 생각난 듯 손을 거뒀다.
이 손은 방금 주현진과 접촉한 적이 있었기에 이미 더러워졌다.
“간장 사 오는 걸 깜빡했어.”
“아, 맞다.” 서예은이 그제야 생각난 듯 웃으며 손뼉을 쳤다.
“아래에 구멍가게가 하나 있긴 한데 외할머니가 그 집이랑 사이가 좀 안 좋아. 단지 문을 나가 왼쪽으로 꺾어서 한 백 미터쯤 가면 연희 슈퍼가 있어. 거긴 외할머니 친구 김연희 할머니가 하는 곳이야.”
“알았어.”
박시우는 서예은의 말을 끝까지 들은 뒤에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진짜 서예은이 알려준 대로 단지를 나가 연희 슈퍼로 향했다.
서예은은 베란다에 서서 박시우가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예전에 주현진도 서예은과 함께 이금희를 찾아왔을 때가 있었다.
그날도 마침 집에 소금이 떨어졌었는데 서예은이 지금처럼 말하자마자 주현진은 말을 끊고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냥 소금 하나 사는 건데 뭘 그렇게 복잡하게 얘기해?”
그러고는 또 덧붙여 말했다.
“어른신끼리 다투는 건 다 쓸데없는 감정싸움이야. 그걸 왜 우리가 신경 써야 해?”
물론 도리만 따지면 분명 틀린 건 아니었다.
이금희와 아래층 그 집 사이에 대단한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이금희가 김연희 할머니랑 친해서 늘 그쪽에서만 물건을 샀을 뿐이었다.
어느 날 김연희 할머니가 잔치 때문에 문을 닫은 날, 이금희가 어쩔 수 없이 아래층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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