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화

“나는 그냥 내 것을 건드리는 사람이 싫을 뿐이야. 그리고 네 어머니 상태는 거의 안정적이지만 여전히 장기적인 관찰이 필요해. 구체적인 치료 계획은 내가 전문 의료진에게 다시 마련하도록 했고 비용은 내가 부담할게.”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며 유채하는 문이 닫히기 직전 한 마디를 덧붙였다. “임시 휴가를 줄 테니 어머니 곁에 함께 있어 드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강이현은 그 자리에 서서 심장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그는 처음으로 유채하의 ‘소유욕’ 뒤에 숨겨진 자신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강압적인 보호 본능을 느꼈다. 강이현은 방금 유채하가 ‘친구’라고 말할 때 살짝 붉어진 귓불을 떠올렸다. 전문 의료진을 배치하며 유채하가 명령하듯 말하던 말투도 생각났고 매번 자신을 ‘멍멍아’라고 부를 때 눈빛 속에 번뜩이는 장난기 어린 웃음도 떠올랐다. ‘이게 도대체 뭐지.’ 강이현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생각했다. 분명 강제로 계약을 맺은 건데 왜 지금은 그녀를 떠올리면 심장이 통제할 수 없이 뛰는 걸까? 주머니 속 휴대폰이 진동했고 유채하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내일 월요일이야, 시간 맞춰 데리러 와] 간단한 명령이었고 불필요한 말은 하나도 없었다. 강이현은 한참 동안 화면을 바라보다가 간호사가 약차를 밀고 지나가자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보호자님, 어머님 약 드실 시간이에요.” 간호사가 작은 목소리로 알렸고 강이현은 휴대폰을 넣고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바로 들어갈게요.” 그는 조심스레 병실 문을 열었고 강정숙은 이미 깨어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 침대 앞으로 다가가며 강이현이 말했다. “좀 나아지셨어요?” 강정숙은 고개를 돌려 미소 지으며 아들을 바라봤다. “훨씬 나아졌단다. 채하는 네 여자 친구니?” 강이현의 손이 떨리며 컵을 거의 쏟을 뻔했다. “아니요, 그냥 친구일 뿐이에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강정숙이 말했다. “친구? 네 눈빛을 보니 보통 친구 같지는 않은데.” 강이현은 자신과 유채하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