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화

“그럼 우선 의무실로 데려가. 하지만 검사 결과가 정상이라면...” “교칙대로 처리해.” 유채하가 담담히 말했다. 사람들이 흩어지고 난 뒤에도 유채하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너무 절묘했다. 방금 막 인터넷에 뜬 소문이 학교 안에서도 그대로 재현된 것도, 그걸 실행한 당사자가 하필이면 몽유병과 대인기피증이 있는 여학생이라는 것도. 이건 마치 누군가 컨트롤하고 있는 것 같았다. [유채하 님, 왜 이런 일에 신경 쓰십니까] 머릿속에 시스템의 목소리가 불쑥 울렸다. [이런 자잘한 일에 시간을 쓰실 필요 없습니다] 이에 유채하는 속으로 비웃었다. “왜, 어쩌다 착한 일 하면 안 돼?” [...] 시스템은 드물게 말을 멈추더니, 잠시 후 조심스레 설득을 이어갔다. [공략 임무에 비하면, 이런 일들은 무의미한 방해 요소일 뿐입니다] [지금은 세 명의 남주들의 호감도를 올리는 데 집중하셔야 합니다] 유채하가 교실로 들어서는 순간, 시끄럽던 공간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녀는 곧장 그녀의 고정석인 맨 뒤 창가 자리로 걸어갔고, 자리에 앉자마자 휴대폰이 진동했다. [여론 문제는 이미 처리했어. 내가 갈까?] 배승호의 메시지였다. [주인님, 어제 바로 이상을 알아차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지금 관련된 IP 추적 중이니까 조금만 더 시간을 주세요.] 강이현 역시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 헛소문 퍼뜨린 놈들 어딨어? 내가 가서 싹 다 패버릴게!] 서현우도 마찬가지였다. 유채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차례대로 답장을 보냈다. [마음만으로도 충분해. 하지만 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이현아, 내가 예전에 했던 말 기억해? 네가 네 길을 걷는 게 나쁜 게 아니야. 물론 네 도움이 고맙긴 하지만, 혹시라도 시끄러워질 수 있으니까 단서 찾으면 나한테 먼저 알려줘.] [됐어. 폭력으로 해결되는 문제 아니야.] 메시지를 모두 보낸 뒤, 그녀는 창밖을 올려다보았다. 햇살이 따뜻하게 교실 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시스템이 뭘 숨기려고 이렇게까지 애써서 무고한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