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요즘 인터넷에서 일어난 일들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니? 젊을 땐 스스로 조절할 줄 알아야 해. 너무 자신을 몰아붙이지 말고.”
곧바로 셋째 삼촌 유진방도 거들며 다가왔다.
“맞아. 오늘 회사에 온다고 해서 네게 간단한 심리 테스트를 해 주라고 전문가님을 특별히 모셔 왔단다.”
유채하는 구석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설문지들을 정리하고 있는 금테 안경의 중년 남자를 훑어본 뒤, 가볍게 웃었다.
“심리 테스트요? 저는 왜 회사 규정에 이런 게 있는지 몰랐죠?”
이에 넷째 삼촌 유진업이 어색하게 헛웃음을 지었다.
“규정은 아니고, 그냥 우리 어른들의 마음이야. 요즘 온갖 헛소문이 퍼진 것 때문에 네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까 봐...”
그 순간, 유채하는 사람들 속에 섞여 있는 강이현을 발견했다.
그는 말끔한 정장을 입고 창문 옆에 서 있었는데, 그녀를 보는 눈빛엔 걱정이 가득했다.
“관심은 고맙지만, 테스트는 필요 없어요.”
유채하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전 제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거든요.”
그러자 넷째 삼촌 유진업이 한발 다가서며 목소리를 높였다.
“채하야, 우릴 못 믿는 거니? 다 널 생각해서 하는 일인데!”
순간, 복도를 지나던 직원들까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유채하는 아주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삼촌들의 마음이니까 그럼 테스트해 볼게요.”
곧바로 의사는 기다렸다는 듯 두툼한 설문지를 내밀었다.
“유채하 씨, 솔직하게만 적어주시면 됩니다.”
유채하는 펜을 받아 내용을 대충 훑어보았다.
[환청을 자주 듣습니까?]
[누군가가 당신을 해치려 한다고 생각합니까?]
[당신의 생각이 외부의 컨트롤을 받는다고 생각합니까?]
설문지엔 죄다 어떤 답을 고르든 정신 이상이라는 결론으로 몰아가는 함정투성이 질문들이 적혀있었다.
그녀는 싸늘하게 웃고는 십분도 채 안 되는 사이에 빠르게 답안지를 작성했다.
곧 설문지를 받은 의사가 진단하는 척 몇 페이지를 넘기더니 안색이 가라앉았다.
“이... 이건 예상보다 심각합니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