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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화

아직 얼굴은 보이지도 않았건만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그 오만하고 건방진 말투에 강희진은 숙빈임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강희진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억지 미소를 지은 채 몸을 돌렸다. 숙빈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계단을 성큼 내려와 강희진 앞에 섰다. “폐하께선 화비를 참으로 아끼시나 봅니다.” 주위를 힐끔 둘러보며 숙빈은 이를 악물고 비꼬듯 말했다. 강희진의 눈빛에 잠시 경멸이 스쳤다. 선우진이 습격을 당했을 때 양현무가 호위를 제대로 하지 못해 처벌을 받았고 그 일로 숙빈 또한 외면당한 처지였다. 예전에는 선우진이 이틀에 한 번 정도는 영녕궁에 얼굴을 비췄지만 이번에 궁으로 돌아온 뒤로는 숙빈을 한 번도 찾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녀를 찾아와 시비를 거는 것이었다. 숙빈의 속내쯤은 강희진도 훤히 꿰뚫고 있었다.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숙빈께서도 가을 사냥 때 함께 계셨으니, 제가 어찌하여 이 하사품을 받게 되었는지 누구보다 잘 아시겠지요. 며칠간 폐하 곁을 지키며 보필한 노고를 위로하시려 하사하신 것일 뿐입니다.” 강희진은 해맑게 웃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숙빈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도 모르는 척하였다. ‘기어코 스스로 찾아와서 기분 상할 말을 들으려 했으니, 그게 누구 탓이람.’ “폐하께서 변을 당하셨을 때, 제가 곁에 있지 못했던 건 분명 제 불찰입니다. 오늘 이리 화비를 찾아뵌 것도 감사 인사를 드리기 위해서였지요.” 숙빈은 애써 침착한 척하며 말했다. “숙빈께서 굳이 인사하실 것까진 없습니다. 이 궁 안에서 함께 폐하를 모시는 처지에 폐하의 근심을 덜어드리는 일쯤은 제게 당연한 소임이지요.” 숙빈이 당장이라도 뺨을 갈길 듯한 얼굴로 애써 여유로운 척하는 모습을 보니, 강희진은 어찌나 통쾌하던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한층 깊어졌다. 예전 숙빈은 안하무인으로 굴 수 있었던 것도 양현무가 든든히 버텨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양현무가 처벌받은 이상 그녀 역시 몸을 낮추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선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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