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3화
강원주의 성미로 보아하니 자신이 좀 더 고생을 한다 하여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을 자였다. 다행히도 미리 화상 약을 준비해둔 터였다.
손등에 번진 붉은 부기와 열기를 바라보며 강희진의 눈빛에 스치듯 증오가 번졌다.
“네 밥이다.”
문이 밖에서 벌컥 열리더니 틈 사이로 찐빵 두 개가 휙 던져졌다. 이내 문은 거칠게 닫혔다.
강희진은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찐빵은 바닥을 구르며 발밑에 닿았고 그새 먼지에 절어 회색빛으로 변해 있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그것을 집어 들었다. 겉껍질을 조심스레 벗겨낸 뒤, 안쪽의 속살만을 입에 넣었다.
봉상궁이 어떤 사람인지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사람을 때리고 일 시키고 개밥을 먹이는 것쯤은 그녀가 사람을 다루는 평소 수법이었다.
짐작건대, 오늘 밤 내어준 이 찐빵 둘이 며칠 사이 먹게 될 음식 중 가장 나은 것일 것이다.
몸을 추스르려면 기운을 비축해 두어야 했다. 그럴려면 이 한 끼라도 남김없이 먹어야 했다.
명광궁에서 벌어진 일은 궁 밖에 전해지지 않았다. 추석 연회가 다가오자 각 전각마다 분주함이 더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잔잔한 물결 아래엔 결코 적지 않은 암류가 흐르고 있었다.
“숙빈 마마께서 오셨습니다.”
궁녀의 알림이 들어왔을 때 강원주는 추석 연회에 쓰일 옥관과 비녀를 거울 앞에 대보는 중이었다.
소식을 들은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장신구를 내려놓고 급히 주전으로 나섰다.
“민빈.”
숙빈은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을 띠며 그녀를 반겼다.
‘웃기고 있네.'
강원주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눈을 굴렸다.
“무슨 바람으로 숙빈께서 명광궁까지 다 오셨나요?”
강희진처럼 속을 감추는 성정이 아닌지라 숙빈을 향한 불쾌함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었다.
더구나 연회가 눈앞에 다가온 지금, 숙빈이 보내온 비단으로 옷을 지어야 했던 일을 생각하면 이가 갈렸다.
그 일로 인해 직접 추석에 입을 옷을 고르지도 못하고 말았으니 짜증이 치밀 수밖에 없었다.
“내명부에서 민빈의 옷을 이미 지었다 하기에 문안도 할 겸 들렀지요.”
숙빈은 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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