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4화
오늘 명광궁에 들른 까닭은 비단 옷 한 벌을 전하려는 데 그치지 않았다.
“희진이라 부르던 그 계집은 지금쯤이면 나뭇간에 갇힌 지 며칠은 된 듯싶사옵니다.”
홍윤이 낱낱이 보고했다.
조금 전 들인 인사 후, 화장실이 급해 핑계로 후원 쪽으로 잠시 다녀왔던 터였다.
원래는 강원주가 따로 하녀를 거느려 무슨 수작을 벌이진 않았는지 살펴보려 했을 뿐인데 하필이면 강희진이 나뭇간에 갇힌 광경을 정면으로 마주친 것이다.
“짐작건대, 진홍월의 짓이겠지.”
숙빈은 눈가에 미세한 비릿한 미소를 그리며 생각을 굴렸다.
요즘 내내 강원주 쪽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었기에 진홍월이 궁을 떠나며 한 노파를 남겼다는 사실도 익히 알고 있었다. 이쯤이면 그저 짐작만으로도 대강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만했다.
“그 계집애가 대체 어떻게 해서 정승 부인을 노하게 한 건지 알 길은 없사오나 창문 너머로 얼핏 보기에 옷은 누더기가 되고 얼굴엔 때가 앉아 오라질이 따로 없었사옵니다. 바닥에 놓인 밥은 딱 보기에도 쉰 것이었고요.”
“듣자 하니 민빈은 그 계집을 각별히 아낀다 하지 않았나요. 어찌 그런 고생을 하도록 내버려두었을까요.”
홍윤이 투덜대듯 궁금증을 늘어놓았다.
“그 계집이 진실로 착할 것이라 여긴 게냐?”
숙빈의 입가에 멸시 어린 웃음이 번졌다.
강원주가 선우진 앞에서 보여주는 모습 따위, 본디부터 믿은 적 없었다. 차라리 정반대로 겉으론 해사하되 속은 깊게 웅크린 짐승이라 보는 편이 나았다.
숙빈의 눈동자에 조소가 스쳐 지나갔다.
“헌데 말이다, 그 희진이라는 계집... 보통의 궁인으론 도무지 보이지 않는구나.”
그녀가 지금껏 관심을 두고 지켜본 건 강원주였으나 이제부터는 오히려 강원주 곁의 그 하녀에게 더욱 시선이 쏠리기 시작했다.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도 폐하와 자신의 오라비의 정신을 송두리째 빼앗아간 여자. 수려한 것도 아니건만 분명 뭔가가 있다.
그런 계집이 하잘것없는 궁인일 리 없다.
“마마의 말씀은 혹 그 계집이 다른 신분을 숨기고 있다는 뜻이옵니까?”
홍윤이 고개를 갸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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