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5화
그녀 또한 어서 어머니 곁으로 돌아가 함께 이 궁을 벗어나고 싶었다. 멀리멀리 떠나 다시는 이 땅을 밟지 않게 되기를 바랐다.
허나 그녀는 그럴 수 없었다.
하늘이 그녀에게 다시 태어날 기회를 허락하였으나 능력을 더해준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여전히 손에 병기 하나 들지 못하고 정승댁의 하인조차 제멋대로 부릴 수 있는, 그런 나약하고 하잘것없는 강희진이었다.
전생의 원한을 갚고 어머니를 무사히 데려 나가려면 지금은 오직 견뎌야 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어머니.”
강희진은 나지막이 중얼였다. 얼핏 잠결처럼 어머니의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듯하였다. 그 미소는 언제나처럼 다정하고 따뜻했다.
쾅!
갑작스레 문이 벌컥 열리며 거센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누구냐?”
강희진이 놀라 소리치며 고개를 들었다. 달빛을 힘겹게 더듬어 눈앞의 형체를 겨우 확인할 수 있었다.
머리에 검은 사를 쓴 사내 둘이 나란히 서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가 더 묻기도 전에 그중 한 사내가 성큼 다가와 입을 틀어막았다.
순간 세상이 까마득해졌다. 뒤통수에 날카로운 통증이 퍼졌고 의식은 곧장 암흑 속으로 떨어졌다.
...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낯선 방 안의 침상에 누워 있었다. 뒤통수엔 여전히 통증이 남아 있는 걸 보아 일이 벌어진 지 그리 오래되진 않은 듯하였다.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손발이 모두 굵은 밧줄로 침대 모서리에 단단히 묶여 있어 꼼짝조차 할 수 없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강희진은 곧장 주변을 둘러보았다. 보나 마나 낯선 방이었고 이곳이 어디인지조차 짐작할 수 없었다.
대체 누가 그녀를 납치한 것인가. 설마 또 숙빈의 짓인가?
아니다. 지금 그녀는 얼굴에 가면을 쓰고 명광궁의 이름도 없는 하녀일 뿐, 숙빈이 굳이 그녀를 해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일이 벌어진 후 명광궁에서만 지냈으니 예전 일에 대한 보복이라기엔 시기가 애매했다.
한참을 생각해보아도 실마리는 보이지 않았다. 이럴 땐 우선 이곳이 어디인지 알아보는 것이 급선무였다.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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