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6화
순순히 굴복하는 척하던 강희진은 기세를 몰아 다른 것을 캐물었다.
신분을 밝힐 생각이 없다면 적어도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려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말했잖아. 네가 얌전히만 있으면 무사히 돌려보낼 거다.”
사내는 다소 성가신 듯한 태도로 대꾸했다.
“여기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거라. 무슨 일이 있으면 누군가 와서 전할 테니.”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몸을 돌려 훌쩍 나가버렸다.
방 안은 다시금 고요에 잠겼다.
사내의 말을 떠올리며 강희진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
자신을 납치한 자들은 매우 조심스러웠고 이들 입에서 무언가 유의미한 정보를 듣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강희진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올려다보았다.
짐작하건대 지금쯤이면 궁중 연회가 시작되기까지 반 시진도 채 남지 않았을 터였다.
강원주는 과연 자신의 실종을 눈치챘을까.
강희진은 여전히 강씨 가문에 요긴히 쓰일 존재였으니, 강원주가 이를 외면할 리 없었다.
지금은 손발이 묶인 채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었고 그저 바깥의 구원이 닿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부디 빨리 구허러 와주길...’
강희진은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현재 자신이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지조차 전혀 알 수 없으니, 마음이 점점 더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 시각 명광궁은 이미 큰 혼란에 휩싸여 있었다.
“강희진은 어디 있느냐? 내가 묻고 있지 않느냐, 강희진이 어디로 갔느냐!”
강원주는 자줏빛 비단 위에 금실로 꽃무늬를 수놓은 한복을 입은 채 대전 중앙에 서 있었다.
머리 위에는 비녀며 진주 장식이 덕지덕지 얹혀 딸랑거렸고 늘 고운 단장을 하던 낯이 분노로 일그러져 보기만 해도 소름 끼칠 지경이었다.
아래로는 궁인들이 모두 땅에 엎드린 채 머리를 조아리고 감히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멀쩡한 사람 하나를 어찌 이리 허망하게 놓쳤단 말이냐! 너희는 다 눈이 장식이더냐? 그 계집이 나뭇간을 나서는 것도 못 보고 있었단 말이냐!”
강원주는 분에 겨워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며칠 동안 강희진을 지킨 것이 네가 아니었더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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