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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강희진은 겉으로는 강주선을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이 일에 봉희설이 연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절로 경계심이 일었다. “이야기를 하자면 길지만... 설이 아가씨께서, 나를 한 번 구해주신 적이 있지.” 진실을 말할 순 없었다. 그랬다간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니까. 강주선은 속으로 혀를 찼다. “희진 아우, 그대와 설이 아가씨가 아는 사이라 하니, 혹 나 대신 한번... 자리를 마련해줄 수 있겠는가?” 그는 슬며시 비위를 맞추는 듯한 표정으로 돌변했다. “안 된다.” 기름기 잔뜩 묻은 저 음성, 눈빛 하나하나가 딱 여색 밝히는 한량이다. 그녀가 응낙이라도 했다간, 내일 당장 정경운이 칼 들고 들이닥칠 판이었다. 강희진은 단칼에 거절했다. “나도 그냥 도와달란 말은 아니야. 값은 치르지.” 강주선은 제법 자신만만했다. “필요 없다.” 강희진은 차가운 눈길을 던지며, 그를 지나치려 발을 내디뎠다. “기씨 가문과 금일전당의 수지 장부! 내가 다 가지고 있어!” 강주선이 서둘러 외쳤다. 역시, 이 말에 강희진의 발걸음이 멈췄다. “최근 삼 년치 장부가 전부 이 안에 들었지.” 그는 장부를 번쩍 들어 보이며 한껏 우쭐해했다. “그걸 너는 어떻게 손에 넣었느냐?” 강희진은 겉으론 담담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경계심이 번쩍 일었다. “금일전당의 주인이 나와 손을 잡고 싶어 반년 넘게 매달렸지. 나한테 잘 보이려면 뭐든 바칠 준비가 되어 있었거든.” 강주선은 허리를 펴고 당당하게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는 상업계의 괴물이라 불리는 자였는데 괜히 그런 별칭을 듣는 게 아니었다. 강희진도 기억하고 있지만 이전 생에서 그녀가 세상을 뜨기 직전에 강주선은 기씨 가문이 대대로 쌓아 올린 부를 능가하며, 경성 제일가는 거상으로 우뚝 섰다. 그런데 그런 자가 대체 왜 기씨 가문의 장부를 뒤지는 것인가? “저잣거리에서 기희연 낭자를 만났는데 그분께서 네가 장부를 가져갔다 하더구나. 요즘 폐하께서도, 우리 아버지도 이부 사건을 조사 중이신데 그런 걸 다 엮어보니 너의 속내가 짐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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