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6화
자리에 모인 이들은 각기 다른 표정을 하고 있었다. 놀란 이도 있었고 비웃는 이도 있었으며 그 중엔 염려스러운 눈빛을 보내는 이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강희진은 그저 재미를 구경하듯 속으로 조소만 가득할 뿐,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
“망발도 유분수지!”
강상목이 손바닥으로 책상을 탁 내리치며 크게 꾸짖었다.
“어서 그 손에 든 칼을 내려놓거라!”
“죽겠다잖아요, 그냥 죽게 내버려두지 그래요? 저게 연기인지 진심인지 두고 보자고요.”
진홍월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고 강희진을 눈곱만큼도 두려워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러나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 강희진은 손에 힘을 주었고 날카로운 칼끝이 살을 파고들어 순식간에 피가 뚝 하고 떨어졌다.
“제발, 어머니... 그만 좀 하세요.”
강주선이 고개를 숙이며 탄식했다.
강희진은 손에 피가 흐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차가운 눈빛으로 좌중을 훑었다.
“제 목숨이에요. 당신들에겐 한낱 파리 목숨만도 못하겠지요. 하지만 지금 저는 폐하의 총애를 받는 몸입니다. 만약 지금 이 자리에서 제가 무슨 일이라도 당하면 폐하께 뭐라 아뢸 셈입니까?”
그녀의 말에 진홍월과 강원주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원주 언니가 폐하의 아이를 낳을 수 있겠어요? 아니면 제 자리를 대신할 다른 이를 들여오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폐하께서 그리 어리석으신 줄 아십니까?”
강희진의 언급에 두 사람은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제껏 그 누구에게도 얕보인 적 없는 진홍월조차 눈빛에 불안이 스쳤다.
“민빈이 몰락하고 숙빈은 이제 후궁 안에서 상대가 없지요.”
양씨 가문은 군권을 틀어쥐고 있고 무공 또한 빛났기에 그간 황제가 강상목을 치우치게 믿지 않았다면 이미 강씨 가문은 양씨에게 발릴 판이었다.
강희진은 그 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강상목 얼굴 위로 스치듯 지나가는 미묘한 변화를 포착했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침착했으나 눈빛은 분명 흔들렸다.
그걸 본 강희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듯 미소를 지었다.
“네 말대로 하마.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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