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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6화

새벽안개는 점점 짙어졌고, 떠오르는 햇빛조차 창백하고 힘을 잃은 듯했다. 바람 한 점 없는 차가움은 뼛속까지 스며들 만큼 매서웠다. 유정의 긴 속눈썹 끝엔 물방울이 맺혔는데 맺혀, 마치 눈물처럼 반짝였다. 그녀는 이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돌아가. 시간 잡아서 어른들하고 파혼하는 거 정리해. 이제 너를 미워하지 않아.” “너도 나를 더 이상 원망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마주쳐도, 그냥 편하게 인사할 수 있을 거야.” 그 말을 끝낸 뒤, 유정은 돌아서서 도로 건너 먼 곳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유정아!” 백림이 쉰 목소리로 불렀다. “너 나 사랑하지? 아니면 그렇게 신경 쓰고, 그렇게 아프진 않았을 거야!” 유정의 걸음이 잠시 멈췄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계속 걸어갔다. “그날 밤, 나 기은미랑 같이 있던 거 아니야.” 백림은 낮게 말했고, 유정이 그 말을 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미 그녀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으니까. 백림은 다시 망강 아파트로 돌아왔다. 소파에 앉자마자, 남자는 그날 밤 유정이 돌아와 얼마나 절망스럽고 슬펐을지가 가늠이 갔다. 짐을 싸서 떠날 때의 심정은 또 어땠을까? 그 침묵은 얼마나 단호했을까? 단 한 마디도 남기지 않았던 건, 실망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아예 다시 말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따지려고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변명할 이유도 없었고, 잘못한 건 잘못한 것이었다. 유정이 아파했고, 마음 썼던 건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여자를 두고, 왜 자신을 사랑했냐고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백림의 마음은 실타래처럼 엉켜 있었다. 꼭 갈 곳을 잃은 것처럼, 사방으로 날뛰며 허우적거리다가, 겨우 출구를 찾은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출구가 투명한 유리로 막혀 있는 느낌이었다. 백림은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였고, 그 순간, 유정이 케이슬에서 담배 피우던 장면이 또 떠올랐다. 유정이 빨아들인 그 연기가 마치 칼처럼 자신을 찌르는 것 같았다. 오래도록 앉아 있다 담배를 다 피운 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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