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57화
[허!]
시원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왠지 그럴 줄 알았어.]
조백림은 머리가 깨질 듯 아파 이마를 짚었다.
“유정이 결심이 확고해서, 지금은 사과할 기회조차 없어.”
[그럼 그냥 사과하지 마. 그렇게 끝내.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즐기면 되지, 뭐 하러 제대로 연애하려고 그러냐?]
시원은 무슨 의미인지 모를 말투로 비웃었다.
“형.”
백림은 간절함 섞인 어조로 부르자, 시원은 잠시 말이 없다가 곧 입을 열었다.
[오늘 밤에 만나서 얼굴 보고 얘기하자.]
“형, 그럼 구택이 형은 부르지 마. 소희 임신했잖아. 요즘엔 구택이 형도 자리를 오래 비우기 힘들 거야.”
[응.]
시원은 덤덤히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고, 백림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시 업무를 정리했다.
그리고 퇴근 후 차를 몰아 넘버 나인으로 향했다.
도착하자, 그곳엔 시원과 임구택이 함께 있었다.
“구택이 형!”
백림이 인사하자, 구택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연희가 오늘 밤 청원에서 자고 간다길래, 소희가 딱 두 시간만 외출 허락해 줬지. 시원이 말로는 네가 위로가 필요하다더라.”
시원이 웃었다.
“그건 내가 한 말 아니지. 내 원래 말은, 넌 지금 혼나야 하고, 입으로 제일 독한 사람이 이 사람이라 절대 빠질 수 없다는 거였지.”
이에 구택은 시원을 흘겨보며 말했다.
“그건 네가 더 적격 아니냐?”
“아니지, 절대 아냐.”
시원이 재빨리 손사래 쳤다.
“나 지금은 청아랑 잘 지내는 중이라, 다른 여자는 그냥 성별 없는 로봇처럼 보여.”
구택은 백림을 향해 물었다.
“넌 어떻게 하려고?”
백림은 두 사람 맞은편에 앉아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다른 여자에겐 아무 감정 없어. 그날 밤도...”
하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
시원은 백림의 마음을 짐작한 듯 차분하게 말했다.
“지금 너 앞엔 두 갈래 길뿐이야.”
“하나는, 유정이랑 끝내고 원래 네 스타일대로 여자를 마음껏 만나며 자유롭게 사는 거. 감정 얽매이지 않고 즐겁게 살 수 있겠지.”
“다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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