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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6화

빨간 신호등을 무시하고 돌진한 차량은 유정의 차를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충격은 연쇄 추돌로 이어졌고, 여러 대의 차량이 밀려들며 사거리 전체가 마비됐다. 그 틈을 타 가해 운전자는 차에서 내려 도망쳤다. 주변 운전자들과 시민들이 하나둘 차에서 내려 급히 119와 경찰에 전화를 걸었고,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조백림이 도착했을 때, 유정의 차량은 이미 견인 장비에 의해 들려진 상태였다. 그러나 차량 문이 열리지 않았고, 안에서 유정은 의식을 잃은 채 피를 흘리고 있었다. “유정아!” 백림은 미친 듯이 차량 문을 두드렸다. 두려움과 절망이 뒤섞인 감정이 온몸을 휘감았고, 팔이 피가 나도록 부딪치고 나서야 정신이 돌아왔다. “응급 해머 있는 사람 있어요? 제발요!” “내 차에 있어요!” 누군가 다급히 외치며 자기 차로 달려가 응급 해머를 가져왔다. 백림은 곧바로 유리창을 내리쳤다. 깨진 유리 조각이 튀었고, 드디어 차량 문이 열렸다. 안에선 얼굴에 피를 흘린 유정이 숨을 몰아쉬고 있자, 백림의 눈빛이 순간 얼어붙었다. 남자는 조심스럽게 유정을 품에 안고 뛰었다. “구급차! 어디예요, 구급차!” 간호사가 들것을 들고 달려왔다. “이쪽이에요, 빨리!” 백림은 유정을 들것 위에 눕히며, 손을 꼭 잡았다. 유정은 아주 미세하게 눈을 떴다. “조백림...” 백림이 간절히 손을 쥐며 속삭였다. “나 여기 있어. 괜찮아, 유정아.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유정은 뭔가 말하려 했지만, 입술만 움직이다 그대로 다시 눈을 감았다. 백림은 구급차를 따라 병원으로 향했다. 내내 유정의 손을 놓지 않았다. 응급실 앞, 그제야 백림은 자신의 옷이 온통 피범벅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잠시 뒤, 서은혜와 유탁준을 비롯한 가족들이 병원에 도착했고, 이어 주윤숙과 조변우도 병원으로 달려왔다. 한 시간쯤 지나자 임구택과 장시원까지 급히 도착했다. 구택은 침착하게 말했다. “소희한텐 아직 말 안 했어. 유정이 의식 찾고 나면 얘기하자.” 백림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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