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09화
“여사님이 당신한테 뭘 빚졌다는 거죠?”
정선숙 아주머니는 마침내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사모님이랑 회장님이 이미 약혼한 사이였어요. 하지만 당신은 여사님이 유학 중인 틈을 타서, 사모님인 척하고 조변우한테 접근했잖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남의 걸 훔쳐놓고, 무슨 염치로 사모님이 너한테 빚을 졌다고 하죠?”
주윤숙은 열아홉 살에 유학을 떠났고, 출국한 지 반년도 되지 않아 집안에서 조씨 집안의 둘째 아들 조변우와의 약혼을 결정했다.
두 집안의 결혼은 명백한 정략이었다.
여경은 어릴 적 어머니를 잃었다. 주윤숙의 어머니는 자기 여동생이 세상을 떠나기 전 부탁을 받고, 조카인 여경을 집으로 데려와 길렀다.
그래서 여경은 주윤숙과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났다.
원래 둘이 함께 유학을 떠날 예정이었지만, 여경은 주씨 집안에서 귀하게 자라서 그런지, 해외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 달 동안 세 번이나 아팠다.
결국 여경은 그 나라 환경이 맞지 않아 유학을 포기하고 귀국했다.
그 무렵 주윤숙이 약혼하게 되자, 여경은 그녀의 약혼자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주윤숙의 이름을 도용해 조변우에게 몰래 접근했다.
그런데 첫눈에 조변우에게 반해버렸고, 그때부터 계속 주윤숙 행세를 하며 조변우와 만나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두 사람은 정이 들었고, 결국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
주윤숙이 귀국하고 양가가 혼사를 진행하려 할 때, 상견례 자리에서 여경과 조변우의 관계가 터지고 말았다.
조변우는 주윤숙을 거절했고, 여경과 결혼하겠다고 고집했다. 그녀가 진짜든 아니든 상관없다면서 말이다.
이미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지는 건 의미가 없었다. 주윤숙은 두 사람을 위해 물러서려 했지만, 양가 모두 완강하게 반대했다.
여경의 집안은 이미 몰락했고, 조씨 집안은 조변우를 후계자로 키우고 있었기에 그가 맞이할 아내는 철저히 검증된 여성이어야 했다.
그랬기에 여경 같은 인물은 절대 허용되지 않았다. 주씨 집안 역시, 여경이 주윤숙 대신 시집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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