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49화
구택이 소희를 바라봤다.
소희는 잠시 생각한 뒤, 명우와 그 뒤에 선 이들에게 말했다.
“보내줘요.”
“네!”
명우는 곧장 대답하며 사람들을 물렸다.
규연은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마지막으로 소희를 바라본 여자는 살짝 비웃듯 말했다.
“어쩌면 우리 다시 만날 수도 있을 거야.”
그 말과 함께 몸을 돌려 빠르게 사라졌다.
소희는 규연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다가, 또렷하고도 차가운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니? 백규연, 우리는 영영 다시 만나지 않을 거야.”
구택은 소희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조금 전의 날카로운 기운은 사라지고, 오직 따뜻한 눈빛만이 남아 있었다.
“뒤에 일은 내가 처리할게. 넌 이제 잠깐 눈을 붙여.”
소희는 맑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구택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소희의 얼굴을 살며시 쓸어내렸다.
“내가 옆에 있는데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소희는 나직이 속삭였다.
“오후 내내 잤더니 아직 졸리지 않아. 조금만 더 기다릴래. 곧 모든 게 끝날 테니까.”
규연은 곧장 차를 몰아 미친 듯한 속도로 백씨 가문 저택으로 향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할아버지를 데리고 떠나야 했다.
그 순간, 휴대폰이 울렸는데 바로 백호균이었다.
[어디 있는 거냐!]
백호균은 분노 섞인 목소리로 다그쳤다.
규연은 차마 심명을 만나러 갔다고 말할 수 없었다.
심명의 얼굴이 스치자 가슴이 날카롭게 찔린 듯 저렸다. 이에 여자는 힘겹게 목소리를 눌렀다.
“볼일이 좀 있어서 나갔어요. 곧 돌아갈게요.”
[우릴 데리러 올 사람이 15분 안에 도착해. 당장 돌아와!]
백호균의 어투는 명령조였다.
“네!”
구연은 짧게 답했다. 여자는 두 손으로 핸들을 꽉 움켜쥐었고, 얼굴에는 결연한 빛이 서려 있었다.
하지만 결국 한발 늦었다.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고 규연이 곧장 서재 쪽으로 뛰었다.
어둠이 짙게 깔린 밤, 복도엔 전등 불빛만이 드리워져 있었고, 맞은편 지붕 위에서 냉혹하게 번뜩이는 총구의 빛이 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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