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50화
규연의 얼굴은 이미 잿빛으로 변해 있었다. 여자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심명을 바라봤다.
눈빛 속엔 붉은 핏물이 맺혀 있었고, 그 시선은 마지막이라도 되는 듯 매섭게 심명을 꿰뚫었다.
“나 너한테 잘못한 거 없어. 그런데 왜 내 목숨을 노려?”
심명은 반쯤 몸을 낮춰 앉았다. 눈가에 어른거리는 매서운 기운은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내가 너를 죽이려는 게 아니야. 너희를 데리러 오는 자들은 이미 도중에 처리됐어.”
“네가 강성에 끌어들인 세력도 지금 전부 소탕당하고 있어. 넌 이 집을 벗어날 수 없어.”
“내가 널 소희 앞에 데려간 건 네가 죽기 전에 알아야 할 걸 알려주려 했던 거야.”
“네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세상에는 네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존재한다는 걸 알려주려는 거고.”
규연은 머리는 명석했으나 사람의 마음을 몰랐다. 감정 없는 껍데기, 결국은 그저 계산에 능한 존재일 뿐이었다.
피가 한순간에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시선은 흐려졌고, 떨리는 손이 심명의 옷깃을 붙잡으려 애썼다.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듯, 입술이 겨우 움직였다.
“심, 명...”
심명은 손을 들어 규연의 눈을 덮었는데 목소리에는 한 치의 온기도 남아 있지 않았다.
“네가 날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어. 그래서 마지막 길은 내가 배웅하는 거야. 괜히 헛되이 좋아한 건 아니게 해주려로.”
규연의 마지막 기억은 며칠 전 카페였다.
그날, 심명은 자기랑 같이 호주로 가자고 말했다. 그 순간, 마음이 흔들렸었다.
‘임무도, 강성에서의 모든 것도, 빛을 보지 못하는 자신의 성씨마저도 버리고 그를 따라 떠날까?’
심명의 마음이 진심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단 한 번쯤은 자유롭게 살아보고 싶다고.
규연은 수많은 가짜 이름과 신분을 살아왔지만, 그 순간만큼은 오직 ‘백구연’일 수 있었다.
‘만약 그날 승낙했더라면, 정말 나를 데려갔을까?’
눈꺼풀이 천천히 감겼다. 심명의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미묘한 온기는 구연이 세상에서 느낀 마지막 따스함이었다.
이윽고 몸은 점점 식어가자 심명은 무표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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