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87화
신화선은 특별히 맞춤 개량한복을 입고, 목에는 커다란 옥 불상을 걸어 고귀하면서도 인자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손님들이 축하 인사를 건넬 때마다 유정을 칭찬하며 손녀를 아끼는 조모의 모습만 연출했다.
오늘은 유정의 큰 혼례라 서은혜도 굳이 시댁 어른들과 언쟁을 벌이지 않았다.
다만 집에 들어온 친척 손님들이 유정의 외조부 서정후가 왔다는 말을 듣고는 모두가 앞다투어 응접실로 몰려가 그를 뵈었다.
응접실은 인산인해로 가득 차 발 디딜 틈도 없었고, 그에 비해 거실은 한산하고 썰렁하게 보였다.
유씨 저택에서, 유준성이 2층에서 내려오다가 조엄화가 옷을 갈아입고 도우미에게 가방을 챙기라고 지시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자 유준성은 얼굴을 찌푸렸다.
“분명히 결혼식에는 안 간다고 했잖아. 그 집 체면 세워줄 필요 없다고. 그런데 어디 가려는 거야?”
조엄화의 눈빛은 음울하고 날카로웠다.
“우리 딸과 아들은 감옥에 있는데, 그 집은 잔치판을 벌이며 떠들썩하게 지낸다고요? 그렇게는 안 돼요!”
속으로 아무리 생각해도 이 분노를 삼킬 수가 없었다.
결국 결혼식장에 가서 한바탕 소동을 벌이기로 마음먹었다.
설령 별일이 생기지 않더라도, 유정네 식구들에게 망신을 주는 것만으로도 속이 시원할 터였다.
조엄화는 남편을 흘겨보며 말했다.
“같이 가요!”
유준성은 아내의 말에 거역하지 못해 신발을 갈아 신고 따라나섰다.
두 사람은 별장을 나서 정문으로 향했다.
조엄화는 이미 도착하면 어떻게 소란을 피우고, 어떻게 시간을 지체시켜 길일을 망치게 만들지 머릿속에 시뮬레이션하고 있었다.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웃음거리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이었다.
하지만 막 문 앞에 이르렀을 때, 검은 양복 차림의 경호원 두 명이 좌우에 버티고 서 있는 걸 보았다.
그 사람들은 유씨 집안의 경호원이 아니었다.
누군가 나오는 걸 본 경호원들이 즉시 몸을 돌려 두 사람을 막아섰다.
“유 선생님, 조 여사님. 오늘은 두 분 모두 이 집 안에 머무셔야 합니다. 어디에도 가실 수 없습니다.”
조엄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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