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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8화

두 사람은 서로 마주 선 채 있었다. 가로등의 부드러운 빛 아래, 선혁은 깊은 눈빛으로 의현을 바라보았다. “처음엔 분명히 망설임이 있었어. 네가 경성을 떠난 그날 이후 우리 사이에 연락이 끊기고 나서야 문득 네가 너무 보고 싶다는 걸 깨달았어.” 선혁의 얼굴에는 평소의 가벼운 웃음기가 사라져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마음은 더 커졌어. 여러 번, 정말 여러 번 참지 못하고 해성까지 너를 찾아가고 싶었어.” 스스로를 비웃듯 웃으며 선혁이 낮게 말했다. “사람을 진심으로 좋아하면 그 어떤 망설임도 아무 의미 없더라.” 의현의 눈가가 붉어졌고 반짝이는 눈물 속에는 오래된 억울함이 숨어 있었다. 고개를 돌린 의현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와서 이런 말 해서 뭐 해?” 선혁의 손끝이 의현의 눈가를 스쳤고 눈빛에는 미안함과 애틋함이 어려 있었다. “의현아, 미안해. 나한테 다시 한번 기회를 줘.” 격렬하게 뛰던 심장이 서서히 가라앉자, 의현은 머릿속이 맑아졌다. 그러고는 차분히 고개를 들어 선혁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모든 이별이 다시 만남으로 이어지진 않아. 누구도 같은 자리에 서서 끝없이 기다려주지 않아.” 밝던 선혁의 눈동자가 마치 한밤중 길에 막힌 차처럼 서서히 굳어갔다. 손가락이 움찔거렸다가 힘없이 내려앉았고, 어두운 눈빛으로 의현을 바라볼 뿐이었다. 의현은 한발 물러서더니 돌아서서 앞을 향해 걸어갔다. 선혁의 두 다리는 납덩이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생전 처음 용기를 내어 고백했지만 돌아온 건 단호한 거절이었다. 의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가슴 속이 싸늘하게 저렸고, 방금까지 벅차게 차오르던 기쁨과 뜨거움은 순식간에 얼음이 된 듯 얼어붙었다. 그래, 아무도 영원히 제자리에 서서 기다려주지 않았다. 이는 선혁이 너무 늦게 깨달은 사실이었다. 화려한 불빛의 도시는 갑자기 멀고 흐릿하게 느껴졌다. 앞서 걷던 의현이 갑자기 멈춰서더니 돌아서서 선혁을 향해 불만스럽게 외쳤다. “내가 제자리에 없으면, 넌 두 발짝 나아와서 잡으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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