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68화
진구는 줄곧 말을 아끼다 마지막에 한마디만 던졌다.
“네가 먹고 싶은 건 다 시켜도 돼.”
슬윤은 그 말을 곧장 애정 어린 배려로 받아들였고, 얼굴 가득 수줍은 미소를 번졌다.
진구의 시선은 맞은편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던 연하에게 옮겨갔다.
“아버님은 회복이 어때?”
연하는 고개를 들어 담담히 대답했다.
“많이 좋아지셨어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드려요.”
예전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진구는 연하를 늘 덜렁대고 까불며 예의 없는 사람이라고 놀리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지나치게 예의를 차리는 연하의 태도에 묘한 답답함이 밀려왔다.
“앞으로야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관계겠지만, 그래도 친구 사이인데 그렇게까지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잖아?”
연하는 고요히 미소 지으며 반박했다.
“사적인 관계는 친구일 수 있지만, 일할 때는 상사가 상사고 부하가 부하죠. 그건 혼동하면 안 되니까요.”
진구의 마음속에서 억눌린 화가 고개를 들었다.
“너 아직 입사도 안 했어.”
“그럼 오늘 이 식사는 친구의 호의인가요? 아니면 상사의 지시인가요?”
연하의 눈빛은 단호했다.
만약 진구가 단순히 친구로서 부른 거라면 절대 오지 않았을 것이고, 오늘 이 자리에 나온 건 남자가 상사라는 이름으로 압박했기 때문이었다.
슬윤이 날카롭게 끼어들었다.
“연하 씨, 지난 직장에서 상사랑 부딪혀서 잘린 거 아닌가요?”
연하는 얄미운 미소를 지으며 되받아쳤다.
“맞아요, 절반은 맞습니다. 상사가 내 마음에 안들어서, 내가 상사를 잘랐죠.”
이는 분명 진구를 향한 돌려 까기였다.
이에 슬윤의 얼굴이 굳어지고, 반격하려던 순간 진구가 말을 잘랐다.
“슬윤아, 내 업무용 휴대폰 차에 두고 왔네. 좀 가져와 줄래?”
진구의 휴대폰은 개인용과 업무용이 따로였기에 슬윤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아, 금방 가져올게요.”
슬윤이 사라지자 진구는 연하를 똑바로 응시했다.
“넌 주위 모든 것에 경계와 적대심을 품고 있네.”
연하는 얕은 웃음을 흘렸다.
“아니요? 저는 약한 사람 앞에서는 약하고, 강한 사람 앞에서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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