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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7화

서천영의 얼굴이 굳어졌고 진구는 어머니를 똑바로 바라보며 비웃었다. “어머니가 박슬윤 집안이랑 약혼 얘기를 한 게 사실이라면, 걔가 아픈 게 아니라 어른들이 날 속인 거겠죠?” 서천영은 다급히 손을 저었다. “아니야, 엄마가 너를 속인 건 없어!” 진구는 싸늘히 받아쳤다. “상관없어요. 어쨌든 난 오늘 슬윤에게 분명히 말했어요. 다시는 날 찾아오지 말라고요. 그리고 임유진을 건드리면, 내가 가만두지 않겠다고요.” 말을 마치자마자 진구는 몸을 돌려 나가버렸다. 서천영은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이 심란했는데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분노였다. ‘늘 밝고 온화하던 아들이 왜 이렇게까지 흥분했을까? 혹시 슬윤이 유진에게 무슨 짓을 한 건 아닐까?’ 서천영은 속으로 혀를 찼다. ‘이 바보 같은 애가 또 일을 망쳤구나.’ 그 시각, 연하 역시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도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 그때 정율에게서 전화가 오자 연하는 깊게 숨을 내쉬고 억눌린 감정을 정리한 뒤, 억지 미소를 띠며 받았다. “전 사장님, 오늘 일은 정말 죄송해요. 오빠 대신 제가 사과드릴게요.” 정율은 너그럽게 웃었다. [괜찮습니다. 오빠가 여동생의 혼사를 신경 쓰는 건 당연한 일이죠.] “이해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잠시 뜸을 들이던 정율이 조심스레 물었다. [연하 씨, 오빠분은 혹시 결혼하셨나요?] “아직 안 했어요.” 정율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연하 씨의 남자친구에게 요구하는 조건들이 정말 다 아가씨를 위한 걸까요? 혹시 오빠가 자기 여자친구를 위해 동생의 남자친구 돈을 기대하는 건 아닌지...] [저는 그냥 걱정돼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연하 씨도 벌써 나이가 있으신데, 혹시 오빠 때문에 늦어진 건 아닌가 싶어 마음이 짠해서요.] 연하는 그 말을 듣자, 그동안 괜찮다고 여겼던 인상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렸다. 그러고는 차분히 대답했다. “고마워요, 전 사장님. 하지만 제 오빠는 그렇게 비열한 사람이 아니에요. 그리고 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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