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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9화

우행은 화영을 내려놓으며 낮고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옷 찾아줄게요.” 이에 화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이 화영의 어깨와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화영은 고개를 들어 물줄기를 받아내며 오늘 밤 벌어진 일들을 자연스레 떠올렸다. 뜻밖의 전개 같으면서도 어쩌면 이미 예상된 흐름이었다. 경성에 있는 내내 생각보다 더 많이 우행을 떠올렸고 특히 설에 경성에 다녀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리움은 더 깊어졌다. 그래서 이번에 돌아오면서부터 화영의 목적은 분명했다. 하지만 오늘 밤의 모든 일은 예상보다 더 빠르게 흘러갔다. 아마 우행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화영의 마음을 흔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저녁 우행이 잡은 모든 타이밍은 정확했다. 또한 우행의 결심은 너무나 단단하고 확실해서 피할 수 없었다.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는데 우행이 다가와 화영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그러자 화영의 허리에 힘이 풀리며 그대로 우행의 품으로 쓰러져 파고들었다. 물줄기는 우행의 넓고 단단한 팔에 부딪혀 흩어졌고 튄 물방울은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는 순간을 적당히 가려 주었다. 그렇게 욕실 안은 점점 달아올랐다. 우행은 화영의 허리를 감아 끌어안고 있었는데, 젖은 머리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감은 눈을 지나 높은 콧날을 타고 두 사람의 얽힌 입술 사이로 스며들었다. 분위기도 감정도 이미 최고조에 닿던 그때 우행은 갑자기 동작을 멈췄다. 우행은 화영의 젖은 머리카락을 천천히 넘겼고 이마에 입맞춤을 여러 번 남겼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둘의 숨결이 조금 가라앉았다. 그러나 물안개 가득한 욕실 안에서 남자의 몸은 여전히 뜨거웠다. 우행은 수건으로 화영의 몸을 닦아주고 머리도 말려준 뒤 자신의 셔츠를 건넸다. “오늘은 이걸로 입어요.” 화영의 얼굴은 뜨거운 수증기 때문인지 더욱 붉고 청초해 보였다. “그래요.” 우행이 문을 나가자 화영은 머리를 대충 묶고 남자의 셔츠를 걸쳤다. 셔츠는 아주 크고 편안했고 가릴 데는 다 가렸지만 거실로 나오자 우행의 시선은 화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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