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04화
그 말을 하기도 전에 명우는 이미 시선을 돌렸다.
보송한 퍼 코트를 입은 희유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러다 희유 걸음이 갑자기 멈췄다.
명우를 발견한 듯, 또렷한 검은 눈동자에 놀라움과 당황함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곧 희유는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명우 역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깊고 차가웠던 눈빛은 어느새 부드럽게 풀려 있었고 그대로 희유를 향해 걸어갔다.
석유는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고는 다시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잠시 후, 석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두 사람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이렇게 따뜻한 겨울 주말은 흔치 않았다.
게다가 곧 헤어짐을 앞두고 있는 지금, 이 시간만큼은 두 사람에게 남겨주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틀 뒤.
다음 날 아침이면 떠나야 했기에 희유는 오후 반차를 내고 집으로 돌아와 짐을 정리했다.
그리고 겸사겸사 신서란도 보러 갔다.
희유는 매주 주말이면 꼭 신서란을 찾아왔다.
신서란이 좋아하는 떡이나 디저트를 사 오기도 했고, 꽃 한 다발을 들고 오기도 했다.
또한 가끔은 할머니 취향에 맞는 실크 스카프를 선물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희유는 매주 작은 깜짝선물을 안겨주는 걸 좋아했다.
요즘 신서란은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금빛 털이 부드럽게 빛나는 골든 브리티시 단발이었다.
예쁘고 순한 고양이였고 희유는 그 고양이 이름을 윤슬이라고 지었다.
예쁜 털이 반짝이기도 했고, 윤슬이 빛나는 물결을 상징한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희유는 윤슬이 잔잔히 그리고 오래도록 할머니 곁을 지켜주길 바랐고, 신서란이 건강하게 오래 살아주기를 바랐다.
희유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 윤슬은 햇볕을 쬐며 누워 있던 라탄 의자에서 폴짝 뛰어내리더니 곧장 희유에게 달려왔다.
희유가 몸을 숙이자 윤슬은 익숙하다는 듯 품 안으로 뛰어들고는 희유 품속에서 애교를 부리며 장난을 쳤다.
신서란이 정성껏 챙겨준 데다 희유가 매주 간식까지 잔뜩 먹인 덕분인지, 윤슬은 점점 더 통통해져, 이제는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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