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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12화

명빈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석유의 귓가에 나직이 말했다. “보고 싶었어요.” 석유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린 채 먼 야경을 바라봤다. 명빈은 코트를 펼쳐 석유를 품 안으로 감싸며 다정하게 물었다. “왜 여기 서 있어요? 안 추워요?” 남자의 품은 따뜻했지만 석유는 어딘가 어색했다. 그러나 석유는 담담하게 말했다. “안으로 들어가요.” 명빈은 석유를 안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화려한 야경을 바라보다가 문득 입을 열었다. “벌써 또 연말이네요.” “연말이 왜요?” 명빈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우리 아버지는 연말을 제일 좋아하시거든요.” 석유의 눈빛이 살짝 깊어지더니 명빈을 바라보며 말했다. “올해는 집에 가서 연말을 보내고 싶어요.” 명빈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왜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2년 동안 못 갔으니까 올해는 가고 싶어요.” 석유는 평소와 다름없는 말투로 대답했고 명빈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가고 싶으면 가요. 대신 어디를 가든 저랑 같이 가야 해요.” 석유가 강성을 떠나 성주로 가면 자신도 따라가 함께 연말을 보낼 생각이었다. 석유는 명빈을 흘겨보며 작게 코웃음 쳤다. “그럴 생각 하지 마요. 명빈 씨는 아저씨 곁에 있어요.” 말을 마친 석유는 명빈을 밀어내고 따뜻한 바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명빈은 밀려난 김에 그대로 난간에 몸을 기대며 능청스럽게 웃었다. “아버지를 뭘 그렇게 챙겨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게 훨씬 좋은데...’ 거절의 뜻은 이미 충분히 했기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곧 두 사람은 다시 바 안으로 들어갔고 명빈은 술 두 잔을 주문했다. 명빈은 석유가 술이 마시고 싶어졌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함께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석유의 성격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석유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면서도 알록달록한 칵테일은 유난히 좋아했다. 그리고 술이 생각날 때면 늘 자신을 불렀다. 자신과 함께 있을 때만은 아무 걱정 없이 취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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