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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86화

민래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대로 할게.” 명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민래는 일부러 휘어진 눈매를 크게 뜨며 물었다. “넌 희현 씨의 어떤 점이 좋아? 예뻐? 나보다 더 예뻐?” 명빈은 순진한 척하는 민래의 얼굴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 천진한 얼굴 아래 얼마나 독하고 음흉한 마음이 숨어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명빈은 차갑게 입꼬리를 올렸다. “두 사람 다 비슷해. 서로 만나지 못한 게 정말 아쉽네.” 두 사람이 만났다면 서로 물어뜯으며 난장판을 벌였을 것이고 그야말로 볼만한 구경거리가 됐을 터였다. 그러자 민래는 웃으며 말했다. “네가 소개해 주면 되잖아. 나도 궁금해. 희현 씨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석유 씨한테서 너를 빼앗았는지.” 명빈은 아쉽다는 듯 말했다. “안타깝지만 너무 늦게 왔어.” “늦었다고?” 민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뜻이야?” 그때 두 사람의 뒤에서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래 씨가 조금만 일찍 돌아와서 희현 씨를 만났다면, 만나자마자 아주 잘 통했을 거라는 뜻이죠.”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명빈의 눈썹 사이에 맴돌던 짜증이 단숨에 사라졌고 대신한 것은 감출 수 없는 기쁨이었다. 명빈은 입꼬리를 살짝 올린 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화려한 밤빛을 가르며 석유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민래도 고개를 들었고 석유를 발견하는 순간 안색이 확 달라졌다. 두 사람은 철천지원수나 다름없는 사이였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석유를 보자마자 몸부터 긴장하는 반응은 감출 수 없었다. 곧 민래는 눈동자를 굴리더니 비꼬듯 말했다. “여긴 왜 왔어요? 명빈 찾으러 왔어요? 이미 새 여자친구도 생겼는데 인제 그만 매달리는 게 좋지 않겠어요?” 석유가 담담하게 되물었다. “명빈이요?” 명빈의 표정이 순간 굳더니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민래가 마음대로 부른 거예요. 나는 한 번도 대답한 적 없어요.” 석유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감정을 전혀 읽을 수 없는 말투였다. “시간이 몇 시인데 아직도 집에 안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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