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04화
손경애가 한참 동안 유청의 얼굴을 노려보다가 문득 음침하게 웃었다.
“복수한 기분이 어떠냐? 밤마다 악몽에 시달려 깨는 건 아니냐? 유혁이랑 우영이가 매일 밤 목숨값을 받으러 오지는 않고?”
유청이 천천히 눈을 떴다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우영이 꿈은 꿨어요. 저승길이 혼자라 너무 무섭다고, 할머니를 보내 달라고 저한테 빌던데요?”
손경애의 안색이 변했더니 잠시 뒤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말로만 강한 척하지? 나는 네가 후회하고 있다는 걸 다 알아!”
유청의 눈빛이 흔들리더니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저는 이제 누가 나를 해치지 않을까 시시각각 경계하지 않아도 되고, 내 집에서 남의 집 얹혀사는 신세로 지내지 않아도 돼요. 그런데 왜 후회하겠어요?”
손경애가 막 입을 열려는데 유청이 차가운 눈으로 흘겨봤다.
“할머니, 어머니가 보고 싶으세요? 그래서 가서 곁에 있어 주고 싶으신 거예요?”
손경애는 과연 그 협박에 기가 꺾였다.
그저 속으로만 궁시렁 거릴 뿐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유청은 눈을 감고 햇살이 몸에 내려앉는 온기와 평온을 느꼈다.
그런데도 옆에 앉은 손경애의 원망 어린 시선 탓인지, 마음은 끝내 가라앉지 않았다.
세 살 때부터 유청의 어린 시절은 끝났다.
분명 살아남았는데 이 세상의 온기는 다시는 느낄 수 없었다.
엄마는 참혹하게 죽었고 아버지도 할머니도 유혁과 우영의 것이 되었다.
그나마 언니가 챙겨 주었지만, 송이란이 시집온 지 반년 만에 핑계를 만들어 언니를 기숙사로 보냈다.
그러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송이란은 유청이 열두 살이 되던 해에 유청마저 멀리 보내 버렸다.
유청은 이 차갑고 외로운 세상에 익숙해졌다.
명경처럼 누군가 잘해 주면 흑심이 있으리라 여기게 되었다.
살아남으려는 본능이 모든 것을 경계하는 습관을 만들어 놓았다.
오직 햇빛만이 숨김없이 드러나 있어 믿을 만했고, 그래서 유청은 밝은 것만 좋아했다.
몸이 충분히 데워지자 유청은 시간을 확인했다.
슬슬 나설 때라 유청은 자리에서 일어나 뒷마당을 나섰다.
오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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