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40장

벼랑 끝에 서 있자, 거센 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머리가 흩날렸다. 발아래로 구름이 지나가서 아래를 볼 수 없었다. 서정희는 염정훈이 왜 이 길을 선택했는지 알 수 있었다. 벼랑이 가파르기는 하지만 비만 오지 않으면 예측 가능했다. 이 길은 유일하게 독극물과 야수가 없는 길이었다. 다만 벼랑이 험했다. 설령 염정훈이 암벽 등반 경험이 있더라도 도구가 없이 내려가는 건 너무 위험한 일이었다. 자칫하면 뼈도 찾지 못할 정도로 산산조각이 날 수도 있었다. “사모님, 대표님이 이 길로 갔다는 말씀이세요?” 서정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의 체취가 이곳에서 멈췄어요. 여기에 밧줄이 있잖아요. 그 사람이 떠나기 전에 설치한 걸 거예요.” “그럼 제가 바로 내려가서 대표님을 찾아볼게요.” “아니에요. 이 산길은 명훈 씨가 저보다 익숙하지 않을 테고, 매일 침을 놓아야 해서 격렬한 운동을 하면 안 돼요. 평생 불구로 살고 싶은 거 아니죠?” “사모님의 뜻은?” 서정희는 명훈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말했다. “제가 내려갈게요.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절대로 그 사람이 위험에 빠지게 놔두지 않을 거예요.” 게다가 그녀도 최근 마을을 떠날 생각이었다. “할머니는 명훈 씨에게 부탁할게요.” “사모님, 그건 안 돼요. 너무 위험해요.” “명훈 씨 스스로나 잘 돌봐요. 위험한 일은 수도 없이 많이 했어요.” 서정희는 말을 마치고, 염정훈이 사용했던 밧줄을 타고 내려갔다. 염정훈은 동틀 무렵에 떠났을 것이다. 아니면 너무 어두워서 위험하다. 그럼 그가 떠난 지 2시간 정도 됐을 것이다. 만약 자신이 발걸음을 재촉하다 보면 그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길을 서정희는 처음 지나는 것이 아니었다. 당시 훈련을 벼랑에서부터 시작했다. 염정훈이 응급실에 실려 들어간 뒤 의사와 간호사들이 자신에게 보내는 시선과, 한송이가 날린 뺨을 통해 서정희는 자신이 그 사람들과 한 세상의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 후로 그녀는 이를 악물고 의술 습득에 전념했고, 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