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6장

한시안도 조금 전의 말이 지나쳤다는 것을 알고 후회하고 있었다. 원해인과 우현우의 말을 듣지 않은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그 누구라도 산전수전 다 겪은 교수와 어린 소녀 중, 아무래도 경험이 많은 사람을 선택할 것이다. 서정희라는 이 명의가 좀 오만하다는 것을 한시안도 알아차렸다. 온갖 권력을 동원해도 일 년 내내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시안은 서정희 앞에 털썩 무릎을 꿇고 말했다. “아가씨, 우리가 잘못했다는 거 알아요. 오만하게 대한 것은 사과할게요.” “엄마, 뭐 하는 거예요? 설마 정말 저 여자가 우리 아빠를 구할 수 있다고 믿는 거예요? 엄마같이 존귀한 사람이 저 여자 같은 천민에게 무릎을 꿇으면 어떡해요? 빨리 일어나세요!” 천민? 서정희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보아하니 이 아가씨가 그동안 너무 응석받이로 자란 것 같다. 인간 세상의 아픔을 경험하지 못한 모양이다. 현재 상황을 설마 모르고 있단 말인가? 서정희는 한시안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사모님, 부송이 씨의 말이 맞아요. 저 같은 천민 앞에서 어떻게 무릎을 꿇으실 수 있어요? 빨리 일어나세요.” 한시안은 다짜고짜 한송이를 바닥으로 잡아끌며 말했다. “모두 우리 아이 잘못이에요. 아이의 말은 신경 쓰지 마세요...” 보아하니 이 집안의 사모님은 그나마 정신이 온전히 박힌 모양이다. 부송이처럼 제멋대로인 것 같지는 않다. “엄마, 왜 나까지 무릎을 꿇어요? 엄마가...” 한시안은 손을 들어 한송이의 뺨을 때렸다. 한시안에게는 더 이상 다른 선택이 없었다. 우현우와 원해인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선택한 사람이라면 분명 틀리지 않았을 것이다. 서정희가 나서지 않아 최악의 사태를 맞이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지만 혹시라도 나서 준다면 사람을 구할 수도 있다. 한시안은 매서운 눈초리로 한송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과하라니까! 못 들었어? 언제까지 이렇게 화만 내고 있을 거야?” 뺨을 얻어맞은 한송이는 순간 멍해졌다. 분명 늘 부드럽고 따뜻한 엄마였다. 지금까지 크면서 한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