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3장

이 말에 백지연은 저도 모르게 몸을 한 번 떨었고 백 어르신은 그녀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무서워할 거 없어. 내가 젊었을 때는 전쟁터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데. 너의 아빠가 백씨 가문의 대를 이으라는 내 말을 귓등으로 듣고 변선희에게만 빠지지 않았다면 나도 굳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니까 변선희가 백혈병에 걸린 게 우연이 아니었다는 말씀이세요?” 백지연은 깜짝 놀라 할아버지를 쳐다보았다. 백 어르신은 살기가 가득한 눈으로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당연하지. 그때 너의 엄마가 사고로 돌아간 후 나는 원래 우리 백씨 가문과 어울리는 여자를 집에 들이려고 했어. 그런데 너의 아빠가 변선희를 아내로 맞이할 줄 전혀 생각지도 못했지. 게다가 변선희는 유산 후 자궁이 안 좋아져서 두 번 다시 임신할 수 없게 되었어. 너의 아빠더러 몸이 건강한 여자를 만나라고 했는데 너의 아빠가 계속 말을 안 들었지. 나로서는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어.” 백지연은 저도 모르게 의자 팔걸이를 쥐고 있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사실 변선희가 유산을 한 건 그녀가 뒤에서 몰래 손을 썼기 때문이었다. 백지연은 어릴 적부터 변선희를 미워했고 자기 아빠의 사랑을 빼앗아 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를 낳게 되면 아빠가 자기에 대한 사랑이 완전히 사라질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백지연은 그녀가 더 이상 아이를 낳지 못하는 일에 은근히 흐뭇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일 때문에 할아버지가 변선희를 죽이려 하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백지연이 더 이상 아무 말을 하지 않자 백 어르신은 다시 차분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지연아, 이 할아버지가 조언 하나만 할게. 네가 모질지 않으면 너의 지위가 흔들릴 거야. 이 할애비가 너무 모질다고 탓하지 마, 내가 이렇게 한 것은 모두 너와 우리 가족을 위해서야.” “할아버지, 알겠어요.” “그래, 알겠다고 하니 다행이네. 우리 이제 한배에 탄 거야. 그러니까 절대 너의 아빠에게 얘기하면 안 돼. 그리고 걱정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