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7장

단주연이 입꼬리를 끌어올려 백선의 표정을 감상했다. “내가 가짜 약을 먹고 죽은 척 했을 거란 생각은 안 해봤어?” 백선은 상처 받은 듯한 눈빛이었다. “죽은 척을 왜 해? 그동안 어디 있었어? 베놈과는 어떻게 엮이게 된 거야?” 여전히 올곧은 백선을 바라보며 단주연은 가볍게 웃었다. “당신은 여전히 쉽게 속네. 몇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니.” “무슨 뜻이야?” 단주연이 천천히 일어나 백선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백선 씨, 내가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단주연이 말을 하면 할 수록 백선은 더욱 혼란스러웠다. 그때 그 온순하던 여자가 어떻게 이렇게 변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지금 무슨 말인지 하나도 이해를 못하겠어. 지연이 교통사고도 당신이 한 짓이야? 어떻게 그럴수가 있어? 당신 친딸이야!” “친딸?” 단주연이 푸흡하고 웃었다. “백선 씨, 확실히 우리 사이에 딸이 있긴 했는데 그 아이는 이미 오래전에 죽었어.” 백선의 눈이 홱 커졌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는 눈치였다. “뭐라고?” “하하. 가끔은 당신이 존경스러워. 변선희를 제외한 모든 것에 신경을 안 쓰는게.” 어느새 단주연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아마 벌써 잊은지 오래겠지. 30년 전에 전쟁통에서 구한 그 아이.” 백선은 어릴 적 나라를 지킨다며 수많은 전쟁에 참여했다. 백선이 구한 노약자와 아이들이 셀 수 없이 많아 확실히 기억에 없었다. 그때부터 단주연은 백선을 좋아하게 되었지만 백선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백선과 변선희는 어려서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 사이였다. 때문에 백선의 눈은 변선희만 좇고 있었고 마음에도 변선희 한 사람만 있었다. 그 뒤에 한 전쟁에서 백선이 행방불명이 되어버렸고 다들 그가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 단주연이 구사일생의 위험을 무릅쓰고 백선을 구해냈고 지극정성의 보살핌으로 살아날 수 있었다. 백선은 폭발로 인해 머리를 다쳐 일시적으로 기억을 잃었었다. 그를 놓아준다면 돌아가 변선희와 결혼할 것을 단주연은 알고 있었다. 하여 진실을 알리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