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7장

한편 서정희는 소박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가 목조품을 만드는 중 옆에 있던 차안심은 뭘 봤는지 어두워진 얼굴로 핸드폰을 거두며 무언가를 계속 중얼거렸다. “혼자서 뭘 그렇게 중얼거려?” 서정희가 그녀를 흘끗 보며 물었다. 차안심은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정희야, 요즘 핸드폰 보지 마. 다 쓰레기 같은 뉴스들이니까.” 이 말을 들은 서정희는 웃으며 말했다. “염정훈의 결혼 기사를 말하는 거야?” “알고 있었어?” “인테넷에 소식이 가득한데 모를 리가 없지.” 차안심은 조심스럽게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화 안나? 지난 달 대표님이 결혼식을 미룰 때 난 너를 위해서인 줄 알았거든.” “화? 내가 왜 화를 내야 하지? 화를 낸다는 것은 아직도 그를 사랑한다는 뜻이잖아. 사랑은 이성을 잃게 하고, 남자때문에 미치고 화를 내게 하는데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서정희의 표정은 매우 냉정했고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사랑하지 않은데 왜 결혼을 했어?” “그때는 사랑했으니까. 하자만 지금은 아니야.” 그녀가 칼을 내려놓고 완성된 작품을 들었는데 귀여운 고양이 모양인 목조품이었다. “어때?” 그 모습은 마치 그녀에게 염정훈은 손에 든 목조품보다도 못한다는 것 같았다. 차안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솜씨가 훌륭하네. 웬만한 선생님도 따라잡을 수 있는 것 같아.” 서정희는 미소를 지었다. “언니는 말을 참 예쁘게 해. 겨우 볼 수 있는 수준이니 더 연습해야지.”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오랫동안 보이지 않았던 진상정이 갑자기 나타났다. 웃고 있던 서정희는 진상정을 보자마자 표정이 차가워졌다. 진상정은 머쓱한 듯 코를 만지며 말했다. “컥. 저기, 사모님. 대표님께서 찾으십니다.” 그는 서정희가 자신을 무시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바로 일어섰다. “잘 됐네요. 저도 볼 일이 있어요.” 서정희는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직감했고 강선화가 도대체 누구의 아이를 가진 건지 조사하고 싶었다. 숨겨진 범인이 또 있을 수 있는데 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