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8장
이내 의료진 전체가 달려왔다.
“사모님, 저희가 전력을 다해 조치 취할테니 일단 나가 계세요.”
차안심이 망부석같이 서있는 서정희를 끌고 밖으로 나온다. 하얗게 질린 서정희의 얼굴을 본 차안심도 덩달아 불안해진다.
“걱정 마, 아버님 꼭 아무일 없으실거야. 배 속에 있는 아이들을 생각해야지.”
한 쪽은 아이들, 다른 한 쪽은 서제평. 오락가락하는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서정희다.
어젯밤 의사가 분명 지나친 감정 변화에 주의하라고 했지만 아무리 용을 써도 쉽사리 안심이 되지 않았다.
불안스러운 눈빛으로 방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니 이윽고 의사가 땀범벅이 돼 걸어나왔다.
서정희가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묻는다.
“어떻게 됐어요?”
“사모님 안심하세요. 다시 안정되셨습니다.”
간호사가 패물을 도로 그녀의 손에 쥐어주며 말한다.
“사모님, 선생님은 유일한 희망인 사모님 생각으로만 현재를 버티고 계세요. 이 상태를 쭉 유지하도록 하셔야만 해요. 선생님께서는 지금 빳빳이 당겨진 활시위 같으셔서 한 순간에 손을 놔버리면 활시위가 영영 끊어져 버릴수도 있습니다.”
“알겠어요. 앞으론 명심할게요.”
의료진이 자리를 뜨고 서정희는 갈수록 허약해져가는 남자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때의 심정은 이루 말할수 없는 참담 그 자체였다.
한 편으론 이기적인 자신이 밉기도 하면서 또 한 편으론 아빠를 놓아주기가 싫었다.
“아빠 가면 안 돼. 애들 곧 태어날텐데 아빠 가버리면 우리 애들은 할아버지 없어지는거잖아.”
“어젯밤엔 배가 너무 아파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다행히 아무 일도 없대. 아빠, 아빠 가버리면 난 어떻게 버티라고.”
서제평의 곁에서 한참을 하소연하던 그녀는 아빠의 안정적인 심장박동을 확인한 뒤에야 방을 나왔다.
미안해 아빠, 난 여전히 아빠를 놔줄 준비가 안 됐나 봐.
세월에 장사 없다더니 어느덧 땡볕같은 여름을 지나 훌쩍 가을에 접어들었다.
서정희는 마당에 있는 말라 비틀어진 은행나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눈 깜짝할 새에 일년이 흘렀다. 고작 일년 사이 그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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