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3장

평소 요리만 해오던 중년에 접어든 장미란은 인터넷에 떠도는 내용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서정희도 진상정이 그저 억울하게 잡혀갔다는 것만 알고 있었을 뿐 실제 바깥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전혀 몰랐다. 갑자기 누군가가 자기를 부르는 목소리에 서정희는 그저 별생각 없이 소리가 나는 한 무리의 사람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서정희와 장미란, 두 사람 모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한 무리의 사람들 역시 ‘서정희’라는 말에 동시에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서정희는 그제야 현수막을 들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한 무리에 모여있는 사람들은 큰 통을 들고 있었고 통 안에는 각양각색의 페인트처럼 생긴 액체가 들어 있었다. 그들은 서정희를 본 순간 좀비처럼 서정희를 향해 몰려왔다. 서정희의 옆에 있던 경호원이 얼른 다가와 그 사람들을 막았다. 옆에 있던 장미란도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모님, 저희 빨리 가요.” “당신이 돈이 많으면 다야? 정단미 씨의 목숨값이나 내놔.” 서정희의 뒤로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뒤를 돌아보니 한 사람이 손에 든 통의 액체를 서정희에게 쏟으려는 것이 보였다. “사모님, 조심하세요.” 장미란이 뒤에서 서정희를 감싸줬다. 바로 상황 파악을 한 서정희는 재빨리 한 손으로 장미란을 옆으로 밀어낸 후, 다른 한 손으로는 자기를 향해 쏟으려는 액체가 담긴 통을 막았다. 액체도 옆으로 조금 흘러나왔다. 옆으로 밀려 넘어진 장미란이 미처 아프다고 말하기 전에 서정희가 고통스러워하는 소리가 들렸다. 비록 서정희가 온몸으로 그들을 막았지만 통 안에 있는 액체가 그녀의 손등에 몇 방울 떨어졌고 순간 불타오르는 듯한 격렬한 느낌이 전체 손등에서 퍼져나갔다. “황산이에요!” “어머나! 사모님, 괜찮으세요?” 장미란은 겁에 질려 반쯤 넋이 나간 상태였다. 황산을 다 뿌린 사람들은 아직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이때 옆에 갑자기 한 사람이 칼을 들고 서정희를 향해 달려들었다. 한편 경호원들은 옆에서 소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