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9장

서정희는 하늘을 올려다 보며 꿈속의 처절했던 아이 울음소리를 떠올렸다. 혹시 뱃속의 아이가 곧 버려질 거라는 것을 느낀 걸까. “모르겠어요.” “누나, 아이 지워야 해요.” 정원정이 인기척을 듣고 밖으로 나와 서정희 옆에 앉았다. “저번에 받았던 약물 치료 부작용이 오랫동안 남아있을 거예요. 지금 뱃속의 아이한테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고 보장할 수 없어요. 그리고 앞으로 제가 준 약을 먹기 시작한다면 이 아이, 죽진 않더라도 기형아로 태어날 확률이 높아요.” 서정희가 시간을 계산해보았다. 마지막으로 약물 치료를 받고 7개월을 있다 떠났다. 그리고 배에서 2개월, 해적을 만난 뒤로 섬에서 1개월 더 휴식하고 다시 길을 떠나 보름이 지나서야 아이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렇게 계산을 해보니 약물 치료를 받은 지 1년이 지났다. 뱃속의 아이가 지금은 안전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원정의 말도 틀린 건 없다. 약물 치료의 영향은 없다 해도 약을 먹으면 기형아로 태어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다른 방법이 있는데, 내가 아이 낳을 때까지 약을 안 먹고…” 정원정은 믿기지 않는 듯 서정희를 쳐다보았다. “누나, 미쳤어요? 어떻게 자기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하려 해요? 만약 병이 재발하면 누나도 아이도 모두 지킬 수 없을 거란 생각은 안 해봤어요?” “하지만 원정아… 죽음의 문턱에서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됐는데 더군다나 이미 아기 심장도 있잖아. 이 아이가 어떻게 이 세상에 왔든 난 함부로 그 생명의 끝을 결정할 수는 없어.” 정원정이 한숨을 내쉬었다. “누나 정말 어쩌려고 그래요? 아이 아빠를 사랑하는 것도 아니라면서요. 아이 무사히 낳는다 해도 똑같이 사랑해 줄 수 있어요?” “응. 내 아이잖아. 똑같이 대해줄 거야.” “형, 이제 제 말은 소용 없어요. 형이 설득 좀 해봐요. 진짜 안 돼요.” 지한이 서정희를 쳐다보았다. 지한이 입을 열기도 전에 서정희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일단 MRI 검사 결과 보고나서 다시 얘기하자. 내 병이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