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3장

소희가 입술을 깨물고 대답하지 않자 제숙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불쌍한 아이, 네 엄마가 그 사람의 곁을 떠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어. 너희 모녀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다시 네 엄마를 가둘텐데, 소희도 그 것을 원하지 않지?” 소희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모르는 척을 해야 돼. 어차피 네 엄마도 여기에 있지 않잖아. 그가 살아남을 수 있는지는 그 사람 운명에 달려있다.” 제숙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네 엄마는 과거에 고생이 많았고, 특히 너를 낳을 때는 거의 죽을 뻔했어. 엄마한테 감사해야 하고 어렵게 얻은 평화로운 삶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소희가 이 말을 듣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게도 염정훈이 소희의 피를 마신 후 불과 한 시간만에 눈과 귀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고 심지어 간단한 음절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전에는 한 시간마다 붉은 무늬가 점점 심해졌는데 피를 파신 뒤부터는 독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멈춘 것 같았다. “대표님, 몸은 어떠세요?” 놀랍게도 염전훈이 혼자서 일어설 수 있었다. “훨씬 나아졌어. 지금 상황은 어때?” “별로 좋지 않습니다. 그 아이의 어머니가 대표님을 구할 수 있는데 마을을 떠난지 며칠 됬다고 하고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도구도 없답니다. 대표님 몸에 있는 독은 오래 버티지 못하니, 그 분이 돌아오지 않으면 대표님은...” 진상정은 목이 메었고 그 단어를 내뱉기 싫어했다. 염정훈은 오히려 담담했다. “사람은 어차피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법이지.” “하지만 당신은 염정훈이잖아요!” “나라고 다를게 없어.” 염정훈이 기침을 하며 말했다. 정말 이게 마지막이라면 죽기 전에 서정희와 아이들과 만나는게 그의 마지막 소원이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힘겨운 걸음으로 바깥으로 나갔다. 샤워를 마친 한송이가 이를 보고 달려와서 그를 부축했다. “오빠, 움직이지 마요.” “비켜요.” 염정훈이 그녀의 손을 뿌리쳤고 그 간단한 행동에 힘을 다 쓴듯 넘어질 뻔했다. 진상정이 얼른 다가와서 그를 부축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