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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하지안은 침대 위에 무릎을 꿇은 채 눈물을 흘리며 차준혁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할아버지, 마음 상하게 해서 죄송해요. 제가 할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렸어요. 다 제 잘못이에요...” 차준혁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가야, 우리가 미안하다. 네 할아버지와의 약속을 끝까지 지키지 못할 것 같구나. 너와 건우의 인연은 여기가 끝인가보다. 더 이상 강요하지 않겠다. 앞으로 몸조심 잘하거라.” 진 집사는 무력하게 고개를 저은 뒤 차준혁을 부축해 병실 밖으로 나갔다. “들었지? 빨리 그 아이를 데리고 경성에서 떠나.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마.” 하민아는 입꼬리가 올라갔다. “떠나지 않기만 해봐. 내가 가만있지 않을 거니까. 난 곧 차씨 가문의 사모님이 될 거든. 그럼 너를 죽이는 건 일도 아니야.” 하지안은 주먹을 꽉 쥐고 충혈된 눈으로 하민아를 노려보며 말했다. “왜 내게 이 아이가 차건우의 아이라고 거짓말한 거야?” “그야 당연히 너를 도와주기 위해서지. 내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면 네가 할아버지 앞에서 당당하게 그 아이가 건우 씨의 아이라고 말할 수 있었겠어? 네가 그 아이를 무사히 낳을 수 있었던 것도 다 내 덕분이야. 그러니 나한테 고마워해.” 하민아가 비웃으며 말했다. “높은 곳에 있다가 확 떨어지는 기분이 어때? 아주 짜릿하지?” 하지안이 하민아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나가.” 하지안이 화를 내자 하민아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아직 상황 파악을 못 한 모양인데 이제부터 차씨 가문의 사모님은 나야. 앞으로 말조심해. 날 화나게 만들면 너랑 네 귀여운 딸을 쥐도 새도 모르게 보내 버릴 수 있으니까. 그럼 이만. 아차. 이게 마지막 인사이겠군. 다시는 보지 말자.” 하민아는 치가 떨리도록 화났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하지안을 보며 만족스럽게 아이를 안고 방을 나섰다. 모두가 떠나자 하지안은 힘없이 침대 위에 풀썩 주저앉았다. 하지만 아이를 떠올린 순간 하지안의 눈빛에 다시 생기가 솟았다. 병실을 나선 하민아는 욕설을 그치지 않았다. “건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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